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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

지난 여행기 - 2001발리3

by 장돌뱅이. 2017. 8. 8.

31. 짠디다사CANDI DASA에 해변은 없다
오래 전 그러니까 딸아이가 국민학교 다닐 적 태안반도의 해수욕장을 찾은 적이 있다.
이름도 예쁜 꽃지 해수욕장이 기억에 남는다. 그 해변에서 바라본 황홀한 일몰.
바다도 하늘도 온통 붉은 빛이었다.
아내와 나는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공경에
뭉클한 감동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TV에서 국제행사를 위해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태안반도의 모습을 보았다.
해안을 따라 도로가 뚫리고 영겁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모래언덕은 숨막히는 콘크리트
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자연이 만든 부드러운 곡선은 효율과 경제만 앞세운 논리 앞에
힘을 잃고 독불장군같은 직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TV는 신발조차 벗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바닷가 모래언덕을 보살피는 외국의 동화같은
사례도 대비하여 보여주었다.
할 수만 있다면 태안반도의 모든 해변을 잠시 파다가
그 마을에 피신시켜 놓고 싶었다. TV는 계속해서 몰지각한 개발이
불러온 자연의 재앙에 대해 말해 주었다.
해변과 바다는 따로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며 공생을
하는 사이로
해변과 주변의 모래언덕은 바다에 의해 보호되고 생성되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사분계선 같은
무지막지한 콘크리트 벽이 해변과 바다의 상호작용을 막으면
해변의 모래와 모래언덕은 점차 사라지고 마침내
아무리 튼튼하게 인위적인 제방을 쌓아도
오래지 않아 부서져 내린다는 것이다.



*위 사진 : 짠디다사의 해변

발리의 동쪽의 작은 마을 짠디다사에서도 나는 동일한 모습을 목격했다.
한적하던 어촌이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호텔을
짓느라 부산해지면서 바닷가의 바위와 산호초등이 파헤쳐졌다.
그 결과 점차 해변 자체가 바다에 씻겨 사라지기 시작했다.
산호초의 채취를 중단하였지만 황폐화는 계속되었고
남은 것은 콘크리트 벽과 그 콘크리트 벽의 파손을 막기 위해
또 다른 벽을 쌓아야하는 악순환일뿐이었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뻗어나간 T자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면서 해변엔 일부 모래가 다시 쌓이기 시작했지만
야자수 나무에 둘러쌓인 옛날의 해변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해변이 줄어들면서 짠디다사가 과도한 개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할지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점은 많다. 짠디다사는 이제 어촌도 아니고 관광지로서의
명성도 얻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이다. 어부들은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앞바다에서의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상품으로
호객행위를 하지만
수지맞는 장사로 보이지 않았다.

론리플래닛은 동부 발리를 탐사하기 위한 베이스로서 짠디다사를 말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아니올시다'이다.
우리가 발리를 찾는 것은 콘크리트 벽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로 자연은 보존이 혁명인 것이다.

BIRGIT양과 나는 짠디다사의 바닷가에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흰 파도를 머리에 이고 푸른 색으로 뒤척이는 먼 바다는 깨끗해 보였다.

그러나 눈을 가까운 발 아래로 옮기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콘크리트 방파제가 거무튀튀한 모습으로 물에 젖어 있었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횡포가 부른 처참한 결과였다. 더 이상 짠디다사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고개를 흔들던 BIRGIT양도 이 곳에서는 스노클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짠디다사 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쥬스 한잔을 마시고 헤어졌다.


*위 사진 발리 원주민의 마을 발리 아가.

BIRGIT양과 해어져 나는 떵아난TENGANAN에 있는 발리 원주민의 마을인 발리 아가 BALI AGA에 갔다.
발리 아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상업화된 민속촌이다. 여러 가지 수공예품과 염색한 실로 짠 천인
이깟IKAT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었다. 약간 지저분한 듯 하면서도 옛스런 맛을 풍기는 동네의 모습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남에게 권하고 싶은 곳도 아니었다. 짠디다사로 돌아와 식당 꾸부 발리
KUBU BALI에서 생선 요리로 식사를 하고 나는 오늘의 종착지 띠르따강가로 향했다.


32. 짠디다사의 '찐드기'
짠디다사에 와서 떠날 때까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뜨란스뽀떼이션 TRANSPORTATION ?' 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길거리 호객꾼들이 5미터마다 한번씩은 물어온다.

'띠닥 우사.' (TIDAK USAH - 필요없다)
'띠닥 우사'
'띠닥 우사'
귀찮아 대꾸를 안하면 계속 따라오며 물어대는 통에 성의없는 대꾸라도 해주어야 한다.
KUBU BALI에서 식사를 하고 나와 식당 입구에 앉아 베모를 기다리는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꺼 마나?' (어디로 가느냐?)
'(대답 안할 수가 없어서) 띠르따강가TIRTA GANGGA.'
'리마뿔루 리부.' (오만루피아)
'띠닥 우사. 베모 아깐 다땅.' (필요없다. 베모가 올 것이다)
'오케이 엄팟뿔루 리부.' (사만 루피아)
'마앞. 띠닥 우사.' (미안하다. 필요없다.)
이렇게 한사람을 보내고 나면 곧 이어 다른 사람이 와서 똑같은 말을 묻는다. 가격도 가지가지이다.
오만, 삼만, 삼만오천, 사만, 사만오천, 심지어 만오천루피아(합승조건)에서 팔만까지.

지루한 입씨름을 오래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베모는 오지 않았다.

일단은 암라푸라AMLAPURA로 가서 또 다른 베모로 갈아타야 띠르다강가로 갈 수 있다.
번거롭긴 하지만 어차피 초행길이라 가는 곳마다 새로울 것이니 그 번거로움이 싫게 생각되지 않았다.
서두를 이유도 없고.....

그런데 그렇게 버팅기다가 한 강성 '찐드기'에게 결국 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몇마디를 하면 물러나는데
이 찐드기는 도대체 떨어지질 않았다.
며칠째 손님이 없어 아내가 아픈데 약도 못사주었다고 죽는 시늉을 했다.

그의 말에 신뢰성도 없어 보이고 구걸을 하듯 장사를 하는 것이 싫었으나
아내가 아프다는 말에 얼마냐고 하니까
대뜸
"십만루피아"라고 한다.
"십만?! 당신 장난하냐?"
"띠르따강가는 정말 먼 거리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30분 가량을 기다려 수많은 사람이 다녀 갔는데 당신이 제일 비싸다.
그리고 여기서 띠르다강가까지 13KM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아니다. 내 차는 새차라 에어컨도 나오지만 다른 차들은 낡았다."
"아무튼 필요없다. 나는 베모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 찐드기가 다시 아내의 이야기에 더하여 아기 먹일 우유도 저녁엔 사가야 한다며 매달린다.
자리를 옮겨도 쫓아온다. 결국엔 내가 지쳐 '얼마냐?'하고 다시 묻고 말았다.

"비싸게 부르면 다시는 말 안하겠다." 고 다짐도 받았다.
"오만루피아."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길 저쪽에 있는 다른 차를 향했다.
"사만루피아."
계속 걸었다.
그랬더니 또 아내의 약과 아이 우유 이야기에 더해 자신은 점심도 못먹었다고 숫제 징징 짠다.
"알았다. 알았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그의 차를 타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차도 전혀 새 차가 아니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고 비용면에서도 별 소득이 없는 거래였다.

'그러면서 무슨 영업을 하러 다닌다고.' 아내가 알면 또 놀려댈 것이다.

차가 출발하면서 찐드기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뀌어 말투에 흥겨움이 묻어나왔다.
썬그래스를 쓰고 기어를 넣는 손동작마저 경쾌해 보였다.
이상하게 나는 그의 변모를 예상했던 것 같았고 그의 행동거지도 그리 밉지 않았다.
별안간 그가 물었다.

"발리에 왜 혼자 왔느냐?"
"그냥......"
"아가씨가 필요하지 않느냐? 내가 소개시켜 주겠다."
"당신이 아픈 아내를 생각하듯 나도 한국에 있는 아내를 생각하니까 필요없다"
"아픈 아내? 나? 나 사실은 결혼 안했다."
그리고는 뭐가 좋은지 낄낄거린다. 기가 막혀서.....
"뭐? 너 나를 놀리냐? 차 세워! 나 내릴거다."
"차비는?"
"차비? 하나도 안주고 싶지만 이제 막 출발했으니까 조금만 주겠다."
마음 속으론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일부러 심각하고 단호하게 말을 해봤다.
썬그라스 아래로 찐드기의 얼굴 표정이 어느 새 또 울상으로 바뀌었다.

"미안하다. 사실은 아내가 아니고 어머니가 아프다."
"작은 어머니가 아픈 건 아닌가 다시 생각해봐라. 잘못하다 당신 가족 다 아프겠다."
그렇게 찐드기와 티격태격을 하며 띠르따강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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