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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82 - 권대웅의「십우도」

by 장돌뱅이. 2018. 8. 30.

미국 주재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나는 자동차를 갖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서울에 살면서는 차를 갖지 않기로 했다.  하루종일 거의 전역이 막히는 서울의 교통지옥 속으로 예전처럼 당연하다는 듯 차를 몰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살았던 미국 샌디에이고의 여유로운 도로 사정에 익숙해진 탓도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은퇴를 한 후 서울을 떠나 중소도시에 살게 되면 그땐 차를 가지기로 했다.

은퇴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의무적인 일에서의 해방을 의미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일상생활이 충분하리라 자신했다. 급할 일이 없으니 이 기회에 일상의 속도를 늦추어 천천히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내는 수십 년 동안 함께 한 자동차를 끊는 금단현상을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결심의 확고함을 인정하고 자동차 없이 사는 생활에 함께 익숙해져 있다.

 습관이 되니 차가 없는 것이 특별히 불편하지도 않았다.

왜 차를 갖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라고 얼버무리거나
"대신에 BMW를 애용한다"고 헛폼을 잡아보기도 했다.
여기서 BMW는 Bicycle, Metro & Walk를 의미한다고 덧붙이면서.

어느 날 아내가 회의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냥 차만 가지지 않는 것이 옳은 해결책일까?"
환경과 건강 측면에서는 올바르지만 모든 사람이 'BMW'를 애용하면 서울은 큰 교통 대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아내는 인구의 도시집중 해소가 우선이거나 최소한 'BMW'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1960년 도시화율이 28.3%에 지나지 않던 우리나라는 1970년에 도시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넘게 되었다. 90년도에는 80%를 넘어섰고 2005년에는 90%를 넘어섰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가파른 질주였다. 더 큰 문제는 서울 및 수도권에 60%가 몰려있다는 사실이다.

이래저래 시도때도 없이 도로는 주차장처럼 변해가고 주차장에서는 차 세울 곳을 찾기 힘들어진다. 빨리 가려고 차를 만들었는데 차 때문에 더 늦게 간다는 푸념이 사실이다.
이럴 때 십우도의 '소'를 누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를 끌고 가네
길을 멀고 날은 저무는데
돌아보니 첩첩 빌딩이네
빨리 가려다 더 늦게 가는 자들이여
오토바이를 타고 간 사람이나 비행기를 타고 간 사람이나
모두 오리무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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