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달 동안의 이런저런 일에 아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리 근육에도 이상이 왔다. 정신적으로도 쇠약해진 듯했다.
한의원에 가서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약도 지었다.
약을 먹는 한달 동안 금기 사항이 별지에 적혀 있었다.
약효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술은 물론 커피, 인스턴트푸드,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 게, 튀긴 음식, 밀가루 음식 등을 가급적 피하라는 것이다.
커피와 게장을 빼고는 아내가 평소 그리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금기로 묶이자 아내는 오히려 그런 것들에 대한 갈구가 커지는 듯했다.
늦은 저녁 입이 궁금해질 때 쯤이면 그것들을 자주 들먹였다.
그럴 바에야 약효가 좀 덜하더라도 차라리 그냥 먹으라고 나는 여러번 유혹을 했지만
'범생이' 기질의 아내는 끝까지 잘 참아내었다.
한달을 기다려 드디어 마지막 약봉지를 비운 날.
나는 병원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위해 막걸리와 삼겹살 고추장구이를 준비했다.
아내는 "오우! 감동!"이라며 박수를 쳤다.
비까지 내려 분위기도 막걸리 한잔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튿날부터 그동안 멀리해야 했던 음식들을 집중적으로 먹었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던 라면과 짜파게티도 사들였다.
돼지고기에
닭고기에
햄버거까지
한약 때문에 생긴 공백기가 없었으면 이런 음식들을 이렇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먹었을까?
"차라리 한약 안 먹는게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며 아내와 웃었다.
한풀이(?) 하듯 먹었지만 오래간만인지라 맛은 더 있었다.
건강해야 먹고싶은 음식도 마음껏 먹는다는 당연한 말을 새삼스레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어디선가 보았던 잘 살기 위해 명심해야 할 세 가지;
- 제대로 먹어라. (EAT RIGHT )
- 운동하라. (EXERCISE)
- 어쨌든 죽는다. (DIE ANYWAY)
잘 살기 위해 '어쨌든 죽는다'를 명심하라는 주장이 강렬하고 신선하다.
그걸 의식하면 어떻게 살게 되고 어떻게 잘 살아지게 되는 걸까?
또 잘 산다는 의미는 진정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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