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진출의 대망이 이루어졌습니다.
멕시코 티후아나시의 한 한국식당에 모여서
이곳에 진출한 한인업체의 사람들과 함께
목이 얼얼하도록 소리를 지르고 들어온 직후 입니다.
흥분이 가시지 않아 아마 오후 일은 대충 해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 팀 전적 알아맞히기에서 1승1무1패 16강 진출에 걸었었기에 부수입도 있었습니다.^^
관전 후기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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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허정무감독에 관해,
정확하게 말한다면 허정무감독을 매우 좋아한다?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우리 대표팀의 감독이구나'. '잘했으면 좋겠다 '정도였습니다.
그는 감독 취임 이후 아시아권의 강호들이 포진한 힘든 조에서
여유있게 월드컵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그에 대해 호감을 갖게 하는 전과였습니다.
저는 월드컵에서 한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시아권의 여러 대회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의 일본의 경우를 보면 대회 직전까지 일본 축구팬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 뒤에 설혹 16강에 진출한다고 해도
(저는 이런 재앙?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잔치에 한번 잘먹자고 일주일 내내 굶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아무튼 전 아르헨티나 전 이후에 심정적으로 허정무 감독의 편(팬이 아니라)이 되었습니다.
그리스전 이후에는 앞날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는 뚝심의 명장으로 추켜세우더니
아르헨전 이후에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마치 작전의 실패나
선수 기용의 실패로 망친 '원흉'처럼 몰아세우는 인터넷과 언론의 호들갑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평의 범주는 넘어 비방에 가까웠습니다.
특정선수에 대한 감싸기였다는 말까지 나온 것을 보면 말입니다.
아르헨 전은 위축된 수비 작전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끝까지 수비 축구를 견지하지 않아 대패한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2:1로 지고 있던 후반 30분까지 저는 경기가 그대로 끝나기를 고대했었습니다.
체력이 지쳐가면서 월등한 기량의 팀은 순간적인 드리볼 돌파나
정교한 패스 한번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2:1로 끝났다면 오늘 나이지리아전이 무척 쉬웠을 것입니다.)
현격한 개인 기량과 전술 운용 능력의 차이를
팀웍과 정신력으로 막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아르헨전의 결과는 허탈하기는 하지만
패배의 이유는 오직 하나, 실력 차이였을 뿐입니다.
염기훈 선수가 골을 넣지 못해 패했다는 말도 우습습니다.
(허정무감독도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아쉬움의 표현이겠죠.)
찬스 때마다 골을 넣는 공격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 한번의 찬스를 아쉬워하다니...
찬스마다 골을 터졌다면 그 날의 스코어는 4;1이 아니라 적어도 10:2가 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오늘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사무실에 와 인터넷을 켜니
아니나 다를까 허감독의 지도력을 칭송하는 기사가 발빠르게 올라와 있었습니다.
저는 혹 16강 전 결과에 따라 그 논조가 다시 급변하지 않을까 염려스럽게 그 글을 읽으며
원정 16강이란 위업을 이룬 허감독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출처 : 네이트
차두리.
저는 2002년 이탈리아 전의 오버헤드킥과
이번 그리스 전의 플레이를 빼고는
차두리의 플레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안티라면 안티입니다.
'브레이크시스템'과 방향을 바꾸는 '조향장치'의 문제로
단순 직선 주행을 반복한다는 그에 대한 평가에 저도 동의를 합니다.
수비수로 전공 과목을 바꾼 뒤에 그가 지난 월드컵 후보에서
탈락했을 때 저는 안도했습니다.
왜냐하면 공격은 골에 이르기까지 여러번의 시도가 있어야 하지만
수비는 단 한번의 실수가 치명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이지리아 전처럼 말입니다.
차두리는 분명 상대 공격수보다 두세 발자국 앞서 있었음에도
느슨하게 대처하여 어이없는 골을 주고 말았습니다.
아르헨전에서 오범석의 파울이 골을 주는 빌미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파울을 하지 않는 수비수가 있을까요?
골은 그 뒤에 이루어진 또 다른 수비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차두리와 김남일의 오늘 실수는 전적으로 그들 자신의 책임입니다.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차두리의 능력을 얘기합니다만
그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수비인 것이죠.
이영표 선수가 뛰어난 것은 공격 가담 이후에도
자신의 본업을 잃지 않는다는데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수비는 단 한번의 실수가 치명적이기에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해야 합니다.
제가 허정무감독이었다고 하더라도 차두리를 아르헨 전에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여전히 세밀한 플레이에서 2% 부족합니다.
('차미네이터' 팬들의 반대 댓글 환영합니다^^.)
박지성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공에 대한 포기 하지 않는 집착력이
우리의 16강을 이끌었다고 생각됩니다.
2002년의 어린 소년 같은 앳됨 대신에 세월과 경력이
쌓아올린 카리스마가 강렬합니다.
그리고 전 김정우 선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갸냘픈 몸이지만 거친 몸싸움에 밀리지 않고
간혹 놀라운 중거리슛을 쏠 수도 있는 그의 능력과
성실한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이근호선수도 좋아하는데 월드컵에 못나와 아쉽습니다.
사실 노쇄한 안정환 선수나 지난 아르헨 전의 이동국에 비하면
그의 스피드가 유효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두 골을 넣은 이정수.
그가 그리스 전 첫골을 넣고 난 후에 환호를 하다가
근데 왜 수비수가 그곳에 있었지? 하고
같이 응원하는 동료들과 그의 '근무지 이탈'을 의아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골 넣는 수비수'라는 걸 몰랐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마치 쇼트트랙 선수들에게서 배운 듯한 '다리뻗기'로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머리로 하려다가 엉겁결에 다리에 맞은 행운입니까?
아무렴 어떻습니까?
저는 나이지리아의 슛을 막아낸? 골포스트도 우리의 수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 멕시칸 직원들은 월드컵 개막 전부터
같은 조의 프랑스보다 우루과이가 강하다고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로 판명되었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보너스 게임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16강 전에 우루과이보다 약한 팀이 어디있겠습니까?
다시 4강을 향하여 대-한-민-국!!!!!!
이상 동네축구 B팀
후보 선수의 관전기였습니다.
(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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