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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2

그런 사람들 층층의 바위 절벽이 십리 해안을 돌아나가고 칠산바다 파도쳐 일렁이는 채석강 너럭바위 위에서 칠십 육년 전 이곳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해산 전수용을 생각한다 산낙지 한마리에 소주를 비우며 생사로서 있고 없는 것도 아니요 성패로써 더하고 덜하는 것도 아니라던 당신의 자명했던 의리와 여기를 떠난 몇 달 후 꽃잎으로 스러진 당신의 단호했던 목숨을 생각한다 너무도 자명했기에 더욱 단호했던 당신의 싸움은 망해버린 국가에 대한 만가였던가 아니면 미래의 나라에 대한 예언이었던가 예언으로 가는 길은 문득 끊겨 험한 절벽을 이루고 당신의 의리도 결국 바닷속에 깊숙이 잠기고 말았던가 납탄과 천보총 몇 자루에 의지해 이곳 저곳을 끈질긴 게릴라로 떠돌다가 우연히 뱃길로 들른 당신의 의병 부대가 잠시 그 아름다움에 취했던 비단.. 2021. 3. 1.
서울숲 산책 아내와 서울숲을 걸었다.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기온은 벌써 봄이었다. 공원길에는 여느 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로 멀리 가기 힘들고, 5인 이상 모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너도나도 가까운 공원으로 나온 것 같았다. 서울숲 근처 대부분의 카페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이름난 빵집과 음식점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서 있기도 했다. 우리도 자주 가는 카페의 야외 좌석에 앉아 커피를 나눌까 생각했지만 막상 가서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북적임이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 같았다. 코로나의 위험성을 염려하지 않고 저런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2021.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