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3일 잠실 야구장
어떤 사람은 최희섭효과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경기가 호전되는 증거로
프로야구 관중수의 증가를 이야기 하는데...
아내와 모처럼 찾은 야구장.
아무튼 매표구 앞에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긴 대열을 만들고 있었다.
아내를 그늘에 기다리게 하고 대열의 후미에 서서 30분쯤 기다린 끝에
내가 표를 살 차례가 되었을 즈음
한 젊은 아가씨가 슬그머니 앞으로 끼어 들었다.
눈을 감아줄까 하고 있는데
저쪽 옆에 있던 그녀의 남자 친구쯤 된 녀석이
아무개꺼까지 사라고 소리를 친다.
얄미운 생각에 마음을 바꾸었다.
"아가씨 줄을 서시지요!"
그랬더니 딸아이 나이쯤 되어보이는 이 아가씨
마치 치한을 보듯 나를 쳐다보며
"저 아까부터 서 있던 자리예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기세가 등등해보인다.
그녀의 남자 친구까지 가세를 한다.
목표는 나를 겨냥하는 거지만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묻는 형태를 취한다.
"뭐야! 뭐라 그러는데?"
울컥 하려는 찰나 매표소 아가씨가 내 차례가 되었음을 알린다.
나이 어린 사람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하나 하는
순간적인 생각 끝에 나와 아내의 표를 사고 그냥 물러나온다.
비겁하다고 느끼면서도 나이 먹은 탓이라고 합리화한다.
걸어나오는 뒤로 내 뒤의 사람이 나를 대신해서 나서는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 두 젊은 커플은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듯 했다.
현장에 있어야 하는 것.
운동장에 오면 그래야 하는 필요를 느낀다.
텔레비젼 중계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열띤 분위기와 함성.
*위 사진 : 한기주의 놀라운 구속. 이 다음번엔 156KM을 기록하였다.
막판에 기아의 한기주가 등판했다.
시속 156키로미터의 강속구를 눈으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강변따라 걷다가 잠실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이 글을 다시 옮기는 오늘 3월29일, 2014년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