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음식 연말정산
연말이 되니 아내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외부 활동이 11월 말과 12월 초에 끝났기 때문이다.
집에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며 뒹굴거리다가 아내에게 올 1년 간 내가 만든 음식 중에서
특별히 좋았던 것을 고르라고 자료들을 내밀었다.
올 한 해 우리집 음식은 주로 노노스쿨에서 배운 것이었다.
그 외에 인터넷이나 요리책을 참고하여 만들기도 했고, 몇가지는 내가 개발한(?) 요리도 있었다.
일테면 음식에 관한 '연말 정산'쯤 되겠다.
아래 사진들은 그 '정산'의 일부이다.
음식을 만들수록 세밀함에서 아직 부족함이 많음을 느낀다.
그래도 아내와 즐겁게 먹고 '하느님께 돌리지는' 못 하더라도 '일과 좋은 유머'에는 쓰고 싶다.
먹고 마시면서 대화는 생기를 더해 갔다. 마침내 나는 먹는다는 것은 숭고한 의식이며,
고기, 빵, 포도주는 정신을 만드는 원료임을 깨달았다. (중략)
"먹는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혹자는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혹자는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내가 듣기로는
혹자는 하느님께 돌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인간에게 세 가지 부류가 있을 수밖에요.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
↑배추전 : 배추잎의 두터운 줄기와 얇은 잎 부분을 고려하여 타지 않도록 부쳤어야 했다. 탄 부분을 잘라내기 전에.
↑신김치두부 : 설명이 필요없는 조합, 두부와 볶은 김치. 막걸리를 부른다.
↑스페인식 오믈렛 : 책으로 배운 음식. 감자와 달걀로 만들어 가끔씩 아침에 먹는다. 붉은 파프리카 장식은 너무 요란했다.
↑고등어 파스타 : 혹시나 고등어의 비린내를 걱정했지만 세상의 고수들은 이미 그런 걸 고려해 두었다.
↑매운두부조림 : "최고의 요리비결"이란 책에서 '득템한' 음식.
↑비빔국수 : 고명으로 얹을 재료를 늘어놓고보니 구절판 같다. 정작 국수사진은 잊어먹고 찍지 못했다.
↑계란대파볶음밥 : 대파의 향이 좋았던!
↑부추양파전 : 반죽의 점도, 부칠 때 기름의 양, 뒤집는 시기 등등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가지들깨소스무침 : 레시피에는 잣을 올리라고 했으나 집에 있는 호두를 볶고 부수어서 올렸다.
↑바삭불고기 : 바싹불고기(?). 어느 게 표준말일까? 암튼 손자친구도 좋아할 것 같은 예감.
↑삼색해물수제비 : 그러나 당근으로만 색을 내어 주황(단)색해물수제비가 되었다.
↑총각김치볶음밥 : 파 같은 초록색 고명을 올렸으면 좀 더 나은 비주얼이 되었을까?
↑두부국수 : "푸드스타일링" 강사가 음식의 주재료가 부재료에 너무 많이 가려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국수가 보이질 않는다.
↑마전과 팽이버섯전 : 서울 근교로 귀촌을 한 누나가 직접 재배한 마를 보내주었다. 마전은 감자전과 비슷하다.
팽이버섯전은 모양새가 좀 흐트러졌지만 그런다고 부드러운 맛이 어디 가진 않았다. .
↑가지조림 : 가지들깨소스무침과는 다른 맛과 식감의 가지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