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이 좋다. 청량한 숲과 공기, 맑은 계곡의 물. 경사진 길을 오를 때 흐르는 땀과 거칠어진 나의 숨소리가 좋다.
종교와 상관없이 절도 즐겨 찾는다. 세심교(洗心橋)를 지나 절에 닿은 길이나 경내를 천천히 걸으면 마음이 한결 깨끗해지는 것 같다. 고찰이 지켜온 문화재의 내력과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절을 찾는 또 다른 이유다. 때문에 사찰 출입에 얼마의 입장료나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다고 해도 나는 큰 불만은 없다.
하지만 일부 사찰은 절에 들지 않고 등산만 할 때도 문화재 관람료를 강요하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이미 2007년 1월에 폐지되었음에도. 한 국회의원이 그에 대해 언급을 하자 승려들이 집단 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봉이 김선달'이라는 표현이 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의원에 대해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기에 앞서, 그리고 집단 행동에 숨겨진 다른 의도가 없다면, 문제의 발단인 '김선달식 작태'를 거두고 간단히 절을 찾는 사람에게만 돈을 받으면 될 일이다. 왜 산만 바라보며 걷는 사람에게도 불교와 절의 이름으로 '삥'을 뜯으려 하는가.
'부처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 가사 입은 도둑' (賣佛營生曰 被袈裟賊)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하물며 중생의 피땀과 영혼이 스민 재물임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