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술만 더 먹어보자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8

장돌뱅이. 2024. 7. 29. 06:45

임상희의 그림 보고 따라하기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밥상 앞에 놓고 텔레비전 보던 할머니가 한마디 한다  

그냥  
밥 잘 뜨고  
국 잘 뜨면  
그만이지  

밥 푹 떠서 김치 척 걸쳐  
입 쩍 벌리는 할머니  

요 봐라 요기,
내 수저는 시집 올 때 가져온 꽃수저다.
  

- 박혜선, 「숟가락은 숟가락이지」-

꽃수저로 뜨는 밥도 꽃밥이다. 세상의 모든 밥은 꽃밥이다.
대학 시절 농활 가서 밥을 먹을 때 '밥은 하늘입니다'라고 노래 불렀다.
밥은, 식사는, 한 생명이 다른 생명에게 바치는 공양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그럴싸한 말을 남의 그림 따라 그리듯 흉내내 본 것일 뿐이다.
밥은 내게 그냥 아내와 머리 맞대고 맛있게 먹는 것이다.
손자와, 가족과, 이웃들과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한 술만 더 먹으라고 서로 권하는 것이다.


1. 사과양배추샐러드
사과와 양배추를 적당히 자르고 채 썰어 그 위에 요거트참깨 드레싱을 부었다.
드레싱은 플레인요거트 1/2통, 참깨 3T, 꿀 1T, 식초 1T, 소금 약간을 섞어 만든다.
다른 끼니도 그렇지만 아침에 먹는 건 가급적 간단하게 하려고 한다.

2. 게살사과샐러드
- 크레미(100g)를 찢고 사과는 반 개, 양배추와 양파는 한 줌 정도 채 썬다.  
-소스(와사비 1t, 마요네즈 3T, 레몬즙 2t, 올리브오일 1T, 소금과 후춧가루 약간씩) 버무린다.

3. 닭가슴살옥수수샐러드
먹고 남은 통닭은 그냥 두면 냉장고 속에서 애물건지가 되기 십상이다.
선입선출이라는 창고관리 원칙(?)에 따라 닭살을 발라내고 최근에 풍년 만난 옥수수를 더했다.

- 닭가슴(통닭)살 찢은 것(100g, ) 옥수수 2T, 양배추 채 한 줌을 준비한다.

- 소스(깨 1T, 설탕 1/2T, 마요네즈 2.5T, 식초 2/3T, 간장 1/2t, 후추 약간)와 버무린다.

4. 토마토달걀탕

 - 토마토(2개)를 가운데 열십자로 칼집을 넣고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썬다.
- 달군 팬에 식용유(1T)를 두르고 송송 썬 대파(1/2대)를 볶는다.
- 여기에 토마토와 토마토 데친 물(1.5C)을 넣어 끓이고 달걀물을 푼다.
- 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을 1/2T 넣는다.

토마토는 가짓과에 속하며 씨방에서 발달한 식물 열매라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지만, 실생활에서는 후식으로 먹지 않고 요리나 샐러드에 사용되기 때문에 채소로 분리된다. 
1893년 미국 연방 법원이 채소라고 판결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판결은 토마토에 대한 정체성 규정이 아니라
(과일에는 붙지 않고 채소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관세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다. 그냥 먹는 것일 뿐인 토마토를 두고 인간이 벌인 상상과 판단은 종종 그렇게 희극적이었다. 

- 이전 글 :「음식 이야기」중에서 -

토마토는 16세기 유럽의 식민지 지배 확장 시기에 중앙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처음에 유럽인들은 토마토를 식용이 아닌 관상용으로 재배했다. 토마토에 정욕을 부추기는 사악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가 토마토라고 여겨 영국 청교도혁명을 주도한 크롬웰은 토마토 재배를 금지시키도 했다.
심지어 토마토에 독이 있어 먹으면 죽는다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토마토의 모습이 해리포터에도 나오는 독초 맨드레이크와 비슷해서 생긴 괴담이라고 한다.)

1820년 미국 뉴저지주 세일럼(Salem)의 광장에서 로버트 기번 존슨(Robert Gibbon Johnson)은 공개적으로 토마토를 먹는 시식회를 가졌다. 의사는 그가 죽을 것이라 예견했고 사람들은 장례식을 준비한 채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토마토의 붉은 과육과 즙이 흘러내리자 몇 명은 비명을 지르거나 실신을 했다. 
왜 그런 퍼포먼스를 결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20개가 넘는 토마토를 먹고도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980년대 세일럼 카운티는 그가 토마토를 먹은 날을 '로버트 기번 존슨 데이'로 지정했다고 한다.

(···) 토마토를 이용한 가장 손쉬운 요리는 토마토달걀볶음이다. 이건 이름이 그대로 레시피다.
스크램블드에그와 적당한 크기로 썰어 볶은  토마토를 섞어 주면 된다. 아내와 가끔씩 브런치로 해 먹는다. 토마토달걀탕도 좋다. 토마토는 열을 가하면 맛과 영양이 더 좋아진다고 하던가. 손자친구에게도 이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토마토와 양파, 레몬과 실란트로(고수) 등을 넣어 만든 토마토 살사를 빵에 올려 먹어도 상큼하다.

5. 어묵탕
-  멸치 육수(6C)를 끓인다. 청주(1/2S)를 넣고 국간장(1S)으로 간을 한다.
- 어묵 3장을 끓는 물에 데쳐 적당한 크기로 썰어 육수에 넣는다.
- 다진 마늘(1/2S), 후춧가루를 넣고 모자라는 간은 소금으로 더한다.

6. 콩나물냉국
- 콩나물(300g) 씻어 물 6C에 넣고 끓인다. 참치액 4S, 다진 마늘 0.5S도 함께 넣는다.
- 콩나물이 푹 익으면 송송 선 대파(1줌)와 홍고추 1/3개, 풋고추 1개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 식은 다음 내장고에 넣었다가 먹으면 된다.(바로 먹으면 그냥 콩나물국)

냉국을 부르는 계절이다. 가지냉국에 이어 콩나물 냉국을 만들었다.
다음번에 오이 냉국을 만들면 냉국 '3종세트'를 다 만들어보게 될 것이다.

7. 김국
-멸치육수 5C에 쪽파 1줌, 달걀 1개를 풀어 넣고  끓으면 구워서 (비닐봉지에 넣어) 잘게 부순 김을 넣는다. 국간장 1S, 소금 후춧가루 약간씩, 그리고 참기름 한두 방울을 넣는다. 

8. 두부조림
- 두부(400g)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물기를 뺀 후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을  한 후 팬에서 살짝 굽는다.
- 멸치육수 1/2C에 두부와 양념장(설탕 0.7S, 고춧가루 1/5S, 간장 3.5S, 다진 마늘 1/2S, 다진 파 2S)을 넣고 조린다. 어슷 썬 대파(10cm), 참기름 0.7S 더한다.

9. 가지들깨소스무침
- 가지(2개)를 반으로 잘라 1cm 두께로 어슷(삼각)썰기를 하여 오일을 두른 팬에 굽듯이 볶는다.
- 아몬드 슬리아스(견과류)도 살짝 볶는다.

- 소스 (들깻가루  3T, 양파 간 것 2T, 매실청 2T, 올리브오일 1T, 간장 1t, 소금 1/2t)를 만든다. 
- 소스와 가지를 무친 후 아몬드슬라이스를 뿌린다. 가지 대신 버섯을 사용해도 된다.

10. 장어구이
중복에 복달임으로 먹었다. 손질된 장어를 택배로 사면 소스도 함께 따라오니 할 일은 많지 않다.
깻잎만 씻어 준비하고 장어는 팬에 구워 자르기만 하면 된다. 간편한 세상이다.
이제는 성인이 된 조카 하나는 어릴 적 우유가 젖소가 아닌 냉장고에서 나온다고 했다.
지금 작은 손자저하는 모든 것은 택배(아저씨)가 가져온다고 믿는다.

요즈음이야 평소에도 영양과잉을 염려하는 세상이니 여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특별히 별도의 영양 보충이 필요하지 않겠다. 복달임은 그저 설날이나 추석처럼 하나의 풍속일 따름이다. 그래도 복날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먹으면 좀 더위를 수월하게 이겨낼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장어에는 민물장어(우나기)와 바다에서 잡히는 먹장어(곰장어, 꼼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가 있다. 곰장어, 갯장어는 주로 구워먹고, 붕장어는 회로 즐겨 먹는다. 

원래 민물장어는 민물에서 5∼12년 정도 살다가 때가 되면 수천 km을 이동하여  깊은 바닷속에 알을 낳고 죽는다. 알에서 깬 실뱀장어는 부모가 원래 살던 강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온다.
바다에서 살다가 알을 낳기 위해 태어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와 반대다. 
흔히 장어는 흔히 풍천장어가 최고라고 한다.
풍천은 특정한 지명이 아니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를 말한다. 

사람들은 강 하구에 촘촘한 그물을 치고  먼 바다에서 돌아오는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을 한다.
양식장어는 항생제 범벅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먹는다.
어쩌랴. 자연산 장어야 본 적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넘사벽이라 먹을 수 없을 터이니 양식이라도 그냥 먹는 수밖에. (우리가 먹는 식재료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문제이긴 하다.) 

* 이상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