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술만 더 먹어보자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1

장돌뱅이. 2024. 8. 19. 07:25

지난달에는 여기저기서 옥수수를 보내주어 옥수수풍년을 맞았는데, 이번 달에는 복숭아가 그렇다.
경기도 장호원 지인에게서 복숭아를 몇 박스 사서 주위에 돌리고 우리도 받았는데 서비스로 한 박스를 더 보내주었다. 거기에 경북 청도가 고향인 친구가 같은 시기에 청도복숭아를 또 보내주었다.

복숭아는 저장성이 좋은 과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냉장고에 보관하면 당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최대한 실온에서 버티며 먹어야 한다. 이번엔 아내와 둘이서 먹기에 버거울 만큼 양이 많아서
한동안 매일 아침 복숭아를 먹어야 했다. 그러고도 나중엔 하는 수 없이 냉장고에 보관해야 했다. 
덥다 덥다 하지만 더위를 먹으며 과일은 익고 그런 과일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1. 꿍팟뽕커리
태국 여행을 가면 늘 팟타이, 사떼, 팟퐁커리 소스를 몇 개씩 사 온다.

태국을 여행할 때마다 "뿌팟퐁커리(Fried Crab with Curry Sauce)"는 거의 빼놓지 않고 먹는다. '뿌'는 태국어로 게를 뜻한다. '팟'은 볶다, '퐁커리'는 '커리'라는 의미로, "뿌팟퐁거리"는 '게를 커리에 볶아낸 요리'다. 게살에 부드러운 코코넛크림과  달콤한 커리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파 마늘 양파 등과 어울려 매혹적인 맛을 낸다.

*태국에서 사먹은 뿌팟뽕커리

나는 그 모든 재료를 다 준비하기 힘들어 냉장고 속에서 그때그때 동원 가능한 재료만 가지고 만든다.
이번엔 제일 흔한 새우(꿍)를 넣어서 꿍팟퐁커리를 만들었다.
이외에 그동안 오징어, 게맛살, 주꾸미 등도 넣어서 여러가지로 만들어 보았다.
어느 것이나 오리지널 하고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소스 덕분에 비슷한 맛은 난다. 

소스봉투에 쓰여 있는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 소스 1 봉투, 120g의 게살(새우, 오징어 등), 달걀 1개, 1T 식용유 준비
- 양파(적당량)와 붉은 고추를 채 썰고, 대파를 1인치 길이로 자른다.
-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넣고 커리 소스와 양파를 넣어 2분간 볶는다.
- 휘핑크림(나는 넣지 않았다)과 달걀을 넣고 젓는다.
- 게살과 나머지 야채를 넣어 볶는다.
- 밥과 같이 낸다. 

새우팟뽕커리
게맛살팟뽕커리
새우주꾸미팟뽕커리
새우오징어팟뽕커리

2. 팟타이
팟타이(Fried Noodle)는 잘 알려진 태국식 볶음 국수다.
맵지 않고 고수 같은 향료의 냄새가 없이 달짝지근한 맛과 라임 즙의 새콤함, 땅콩 가루의 고소한 맛까지 들어 있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가능한 음식이다. 

소스봉투에 쓰여 있는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 소스 1 봉투, 채 썬 대파와 숙주 한 줌, 달걀 1개, 라임 1/2개, 쌀국수 150g, 식용유 2T,
   땅콩가루 2T, 머리 제거한 새우 8마리(혹은 닭고기), 깍둑 썬 두부 약간
- 쌀국수를 뜨거운 물에서 5분간 데친 후 물기를 뺀다.
- 달군 팬에 식용유 2T를 넣고 새우나 닭고기를 넣고 볶은 후 한쪽으로 몰아놓고, 한쪽에서 달걀을 넣고 휘저어 익힌 후 두 가지를 합친다. 
. 국수와 소스, 두부와 대파를 넣고 2분간 볶은 후 숙주나물 반을 넣어 섞은 후 불을 끈다. 
- 접시에 담고 땅콩가루를 뿌리고 남은 숙주나물을 올린다.

나는 쌀국수와 잡채용 당면으로 만들어보았다.
태국 현지의 팟타이와는 맛 이전에 식감부터 달랐다.
아내와 나의 느낌으로는 그래도 당면으로 만든 것이 더 나았다.

내가 만든 꿍팟뽕커리나 팟타이 같은 '짝퉁' 음식에 아쉬움이 쌓일수록 커지는 태국여행지수(?)가 어느 날 임계치를 넘으면 결국 여행을 다녀와야 해소가 된다. 아내와 내게 태국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쌀국수로 만든 팟타이
당면으로 만든 팟타이

3. 오믈렛
- 달걀 3개를 풀어 소금(0.3S)과 설탕(0.5S)을 넣는다.
- 자투리 야채를 잘게 다져 1S 정도 준비한다.
-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야채를 볶다가 달걀물을 넣는다.
- 달걀이 익어보면 모차렐라(체다) 치즈를 넣고 달걀을 저가락으로 적당하게 접는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달걀을 접다가 실수를 해서 오믈렛의 모양이 넓적해지고 말았다.
잘 될 때도 있지만 오락가락한다. 아직 나의 솜씨가 초보라는 뜻이다.

4. 멸치김치찌개
누구나 입 속에 '엄마의 맛'이라는 맛의 원형을 기억하고 있다.
세상의 음식은 어머니의 숫자만큼 있다는 말도 있다. 
구체화하거나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음식을 먹다가 우리는 가끔씩 '이거 우리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이야' 하고 말할 때 그것은 그 음식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된다.

아주 오래 전 강남의 한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마지막으로 '입가심' 음식을 먹다가 아내와 둘이서 '이거 옛날 엄마가 만들어준 맛이네' 하고 말한 적이 있다. 멸치김치찌개였다. 
최근 들어 그 김치찌개를 몇 번 흉내내 보고 있다. 

김장김치+ 마른 멸치를 듬뿍 + 다진마늘 1S + 적당량의 양파와 대파도 썰어서 넣고 말도 적당이 넣어 배추가 물러지도록 푹 끓인다. 레시피는 간단하지만 그 식당의 맛을 따라가기는 매번 역시 역부족이다. 아내는 그것과 거의 견줄만하다며 밥을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것으로 칭찬이 진심임을 증명해 보였다.

여름날 엄마 몸에서 나던 쉰내 같기도 하고  
내 배를 문지르던 외할머니 손 같기도 한  
저 쿰쿰한 냄새  
둥둥 떠다니던 시간 갈앉히는 냄새  
나를 위해 김치찌개를 끓인다  
태어나 몇 번째 감기인지 모르겠지만,
치료약으로 돼지고기 몇 조각 넣은 김치찌개를 끓인다 
밴드를 붙인 엄지손가락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아홉 손가락으로 행주를 짠다  
날은 흐리고  
차들의 속도는 느리다  
게으른 오후  
2시가 넘어 김치찌개가 끓는다  
부글부글 삶의 실체를 알려주는,
 가지런하게 마음을 정리해 주는 냄새  
엄마의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가  
끓였을 오후 2시  

- 한순, 「김치찌개」 -


아, 레시피에 한 가지가 빠졌다.
이 김치찌개는 반드시 밥을 새로 지어 함께 먹어야 한다.
김이 나는 하얀 쌀밥 위에 푹 익은 배추김치를 걸쳐 먹는 맛!

* 이상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 별도 표기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2인분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