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술만 더 먹어보자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8

장돌뱅이. 2024. 10. 22. 06:40

요리 블로그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람은 대단해 보인다.
어떻게 거의 매일 새로운 음식을 포스팅할 수 있는 것인지······

부엌 살림을 맡고 나서 가끔씩 나도 모르게 말을 할 때가 있다.
"오늘 점심(저녁)은 뭐 먹지?"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마땅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 되어 하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말한다.

"어때? 옛날 내 심정이 이해가 되지? 맛있는 거 해줘."
내가 부엌을 무슨 '군사보호구역'이라도 되는 양 쳐다보지도 않던  젊은 시절, 아내가 "뭐 해 먹지?" 할 때마다 나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배짱이처럼 말하곤 했다.
"맛있는 거!"
지금은 그 말을 아내에게서 그대로 돌려받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세상 남편들이여! 젊어서 아내에게 말조심 합시다!)

김치콩나물국
오이소박이
부추애호박양파마른새우전

나의 요리 실력으로는 매일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낼 수 없기도 하지만 내 생각엔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요리사들도 집에서 매일 새로운 음식 만들어가며 '파인 다이닝'만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하루하루가 어제와 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아주 가끔씩 특별한 일의 조합이듯이 밥상에도 보통의 음식과 특별한 음식이 '보7특3(보8특2)'의 비율로 오르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김치콩나물국, 오이소박이, 이런저런 자투리 재료로 만드는 전 따위는 아내가 좋아해서 자주 밥상에 오르는 '보통' 음식이다. 이외에 각종 장아찌나 김치, 콩장이나 장조림 같은 밑반찬 류가 그렇다.

1. 고구마튀김

'요트를 가진 사람보다 요트를 가진 사람의 친구가 부럽다'는 말이 있다.
요트는 가격이 높기도 하거니와 관리 비용이 비싸서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데 일상생활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으므로 주인보다 가끔씩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친구 팔자가 더 좋다는 말이겠다.

서울 근교 전원주택에 정착한 누님은 텃밭에 싹이 트는 식물의 아름다움에 빠져 원래 하려던 도자기 공부는 접어두고 지금은 제법 규모 있는 억척 농부가 되었다.
그런 누님은 철마다 여러가지 농작물을 보내준다.

나는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은 채 받아먹기만 한다.

옥수수, 콩, 마, 밤 등에 이어 이번 달에는 고구마였다.
택배를 받자마자 한두 개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썰어서 버터와 식용유에 튀기듯 구웠다.

달콤 고소한 맛의 고구마를 날로 먹다가 갑자기 생각이 엉뚱하게 뻗어 간다.
'왜 내 친구 놈들 중엔 요트 가진 놈 하나 없는 거야!'  


2. 가지조림

- 가지 2개를 십자로 가르고 4cm 길이로 자른다.
- 가지 속살을 약간 납작하게 저민 뒤 껍질 쪽엔 칼집을 넣는다.
- 팬에 식용유 2T와 참기름 1T를 두르고 중간불에서 가지를 넣어 앞뒤로 굽워 다른 그릇에 덜어둔다.
- 팬에 양념장(설탕 1/2T+간장 2T+ 참치액 1/2T+맛술 1T+생강즙 1t+참기름 1/2T+식용유 2T+후춧가루 약간) 넣고 끓어오르면 구운 가지를 넣어 조리고 통깨와 다진부추(쪽파나 대파)를 뿌린다. 


3. 등갈비강정

- 돼지고기등갈비(500g)를 10분 정도 물에 잠기게 넣어 핏물을 뺀 후 물기를 뺀다.
- 물 6C에 된장 1t, 청주 3T, 월계수잎 3장(생략 가능) 넣고 끓이다가 등갈비를 넣고 15분간 삶는다.
- 삶은 등갈비의 물을 빼고 위생팩에 녹말가루 3T와 약간의 소금과 함께 넣어 흔들어 골고루 묻힌다.
-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녹말가루를 입힌 등갈비를 중간불에서 4∼5분간 뒤집어 가며 튀기듯 구운 후 체에 밭쳐 기름기를 뺀다.
- 양념재료(청주 2T+토마토케첩 1T+올리고당 2T+식초 1/2T+간장 1/2T+설탕 1/2t+다진 마늘 1t+다진생각 1/4t)를 중간불에서 끓이다가 튀긴 등갈비를 넣고 버무린다.
- 불을 끄고 약간의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섞는다.

등갈비강정은 손자저하를 위해 만드는 음식이다.
손자저하 1호는 만날 때마다 거침없이 압력을 행사하곤 한다.
"오늘 저녁엔 뭐 맛있는 거 먹어요?"
그러나 이건 자업자득이 아니고 기쁜 정언명령이다.

* 이상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 별도 표기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2인분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