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태국

2024년 10월 푸껫 6

장돌뱅이. 2024. 10. 28. 08:52

까따노이(작은 까따) 해변 아침 산책.
거침 파도가 줄지어 해변으로 밀려왔다. 강한 바람도 함께 불었다.
살갗과 옷에 축축하게 감겨왔지만 느낌이 시원해서 싫지는 않았다.
파도도 바람도 계절이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서야 잔잔해질 것이다.

숙소에는 곳곳에 불교 장식과 조형물이 많다.
태국의 많은 숙소가 그렇긴 하지만 특히 이곳은 오너가 태국인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숙소 이름인 몸트리의
'트리'는 그의 이름이다. 태국 왕실의 일원이라고 한다.
'몸'은 태국어로 어떤 경칭이라고 하는데 숙소의 직원은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다. 

몸트리스 키친은 시원스러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모처럼 날씨도 맑아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엔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오붓한 크기임에도 손님들이 많지 않아서 식사를 마치고도 아내와 한참을 더 풍경을 내다보며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말을 더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시간을 만든다.

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늘어져 음악을 듣다가 숙소 내 스파에서 타이마사지를 받았다.
좋은 마사지사를 만나는 건 마사지 가격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복불복이다.
아내가 크게 만족을 하여 귀국 전 한 번 더 받을 생각으로 예약을 했다. 

수영을 할 생각이었으나 구름이 몰려와 방에서 다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었다.
배가 출출하다는 신호를 전해올 때서야 산책 겸 점심 식사를 위해 까따야이(큰 까따)로 나갔다.

딸아이가 어렸을 적 같은 아파트에 영빈이라는 아이가 살았다.
푸껫에 여행을 와서 한 식당에 들었는데 그 영빈이와 똑 닮은 웨이터가 있었다.
우리는 그를 영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점차 서로 얼굴을 알아볼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그는 고참 웨이터가 되어 다른 웨이터를 통솔하는 듯했고 몸집도 불어 제법 위엄을 풍겼다. 쓰나미 이후에도 있던 그는 어느 날 가보니 보이지 않았다.
그의 안부와 소식이 궁금했으나 정작 태국 이름을 몰라 물어볼 수 없었다.

*딸아이 중학생 시절 필름카메라고 찍은 사진이다.

그가 일하던 식당이 까따마마 씨푸드였다.
까따야이 비치의 남쪽 끝부분에 있는 이 오래된 식당은 태국 음식에서 서양 음식까지 다양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낸다. 우리 가족은 마늘을 넣고 튀긴 새우와 게를 좋아해서 한번에 여러 접시를 시킨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그것들이 메뉴판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하여 주문을 했으나. 예전 모양과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음식의 맛은 준수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식당인 듯했다.

팟팍붕파이댕(모닝글로리볶음)
얌운센(해산물새콤샐러드)

식사를 마치고 까따야이 비치를 걸었다. 어제와 비슷한 장소에 왔을 때, 아내는 어제처럼 그만 돌아가자 했고, 어제의 그 장소에 왔을 때 어제처럼 비가 쏟아졌다. 이 정도 신기(神氣)를 지녔으면 용산의 어떤 분인 '영적인 대화로 인생을 논하자'고 연락이 올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말했지만  '
조강지처 말을 잘 들어야 사는 게 평화롭다.'

숙소에 돌아와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넷플릭스로 <<흑백요리사>>를 보다가,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다시 맑아왔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변화무쌍한 시간과 세상사에 연연하지 말고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을 하자고 아내와 자주 의기투합(?)한다. 그중에 언제 어디서나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산책이다.

아내와 다시 까따노이 해변으로 나갔다.
해가 바다 너머로 기울어 갈수록  
파도는 진노란 색으로 변하며 거대한 물고기처럼 뒤척이고 있었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Ed Sheeran의 노래 <Tenerife Sea>를 들었다.
다가오는 결혼기념일을 위한 나의 의도적인 선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