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한국

서울도성길 걷기

장돌뱅이. 2024. 11. 6. 06:55

아내가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이틀 동안 아내와 함께 할 수 없는 일을 해보고 아내와 함께 먹기 힘든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바로 서울도성길을 하루 만에 주파하고, 순댓국을 먹는 것.

도성길은 흥인지문에서 시작해서 성북동 - 말바위안내소 - 숙정문 - 백악 곡성- 창의문 -인왕산 - 경교장 - 덕수궁 - 남산 - 다산성곽길 - 약수동을 거치는 약 20km의 거리다.

4번째 도성길 완주다. 2017년 7월 한여름에 돌고 만 7년 만이다. 
그때보다 날이 시원해서 걸을만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 와룡공원을 지날 때쯤 지난여름 큰비로 성벽이 붕괴되어 백악산 정상에서 창의문까지의 구간이 폐쇄되었다며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걸 추천한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모처럼
 길을 나선 게 아까워 가는 데까지 가보고 정 안되면 하산하기로 했다.
일단 내려가게 되면 삼청동 갤러리에서 전시회나 보고 그냥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말바위 안내소에 다다르자 우회로가 있다는 추가 안내가 약도와 함께 붙어 있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나는 마치 우회로를 나의 신념으로 만들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의기양양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고 다시 다리에 힘을 주어 걸었다.
우회로는 원래의 길보다 제법 한참을 멀리 돌아야 했지만 상관없었다.

백악 곡성에 서 본 백악산과 뒤에 보이는 인왕산
인왕산자락길에 있는 초소책방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커피를 마시며 쉬어 갔다.
초소책방에서 내려다본 본 남산쪽 풍경
경교장

해방 후 귀국한 김구선생님께서 머무르시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경교장.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경교장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보았다.

대신에 걸으면서 휴대폰 속 지난번에 왔을 때의 기록을 찾아 읽었다.

김구선생님의 안타까운 사연이 서린 경교장에 들러보았다.
선생님께서 안두희의 총탄에 쓰러지신 장소는 창가의 작은 의자라고 한다. 날이 더워서 창가에 앉아 무엇인가를 쓰고 계셨다고. 그곳을 돌보는 할아버지는 김구선생님과 안두희의 일인이역을 실감 나게 연기하며 그 순간을 설명을 해주셨다. 역사적 사실의 설명에는 다소 과장이 있는 듯했지만 나를 애국'청년'이라고 불러 파격적으로 나이를 디스카운트해 주셨기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2017년 2월 17일 순성(巡城) 글 중에서 -

정동교회
덕수궁 뒷담길
숭례문에서 남산 오르는 길
약수역 근처 약수순대국 혼밥

집에 도착해서 어플을 확인하니 35,414 걸음으로 걸은 거리는 25.14km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길게 걸은 것이다.
장딴지와 허벅지 근육에 약간 묵직한 느낌을 빼곤  큰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 몸에 감사하고 그런 몸을 주신 하늘에 감사했다.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 🎵Track : 새해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