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로치 감독의 영화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은 내전을 피해 영국 폐광촌으로 이주한 시리아 난민들과 마을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영화 자체는 이제까지 켄로치 감독의 영화완 달리 결말이 상투적으로 밍밍했지만 영화 속의 말 한마디는 기억에 남았다.
"함께 먹을 때 우리는 더 강해진다(When you eat together, you stick together)."
함께 나누는 식사 한끼는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마법이 되기도 한다. 성경 속 예수님도 자주 누군가와 함께 먹고 마시며 등장하지 않던가. 공동체의 식사는 하느님 나라를 알리는 중요한 방식이자 상징이었다. 가족도 혈연으로 맺어져 한솥밥을 먹는 식사공동체로 완성되는 관계다.
김치찌개 하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침침한 불빛을 넘어서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실한 비계 한 점 아들의 숟가락에 올려 주며 야근 준비는 다 되었니 어머니가 묻고 아버지가 고추잎을 닮은 딸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지 그렇게 얘기할 때 이 따뜻하고 푹신한 서정의 힘 앞에서 어둠은 우리들의 마음과 함께 흔들린다 이 소박한 한국의 저녁 시간이 우리는 좋다 거기에는 부패와 좌절과 거짓 화해와 광란하는 십자가와 덥석몰이를 당한 이웃의 신음이 없다 38선도 DMZ도 사령관도 친일파도 염병헐, 시래기 한 가닥만 못한 이데올로기의 끝없는 포성도 없다 식탁 위에 시든 김치 고추무릅 동치미 대접 하나 식구들은 눈과 가슴으로 오래 이야기하고 그러한 밤 십자가에 매달린 한 유대 사내의 웃는 얼굴이 점점 커지면서 끝내는 식구들의 웃는 얼굴과 겹쳐졌다.
- 곽재구, 「김치찌개 평화론」 -
손자저하는 만날 때마다 아내와 내가 준비해 오는 음식에 관심이 많다. "오늘은 뭐 먹어요?" 압박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즐거운 화두다. 손자저하들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은 부산하지만 오붓하다.
김밥과 떡만둣국은 저하의 기대와 취향을 충족시키는 아내의 성실한 답이다. 내가 만드는 치킨마요와 삼계탕, 등갈비강정은 저하의 선호 순위에서 아내표 음식에 못 미친다.
두부김볶음과 콩나물무침은 저하들을 위해 내가 만들었는데 손자저하 2호로부터 두부김볶음은 합격, 콩나물무침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2호저하는 햄과 소시지를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
1. 두부김볶음 - 두부(150g) 손가락 크기로 잘라 소금을 뿌려 살짝 재웠다가 키친타월로 물기를 뺀다. - 달군 팬에 식용유 2S를 두르고 두부를 넣어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 양념(간장 1S+맛술 1S+다진 마늘 0.3S)과 조미 김(4장)을 잘게 잘라 넣고 재빨리 볶다가, 물엿 0.5S, 송송 썬 대파 1S , 참기름 0.5S를 넣고 살짝 더 볶으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