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은 햇빛과 하늘과 공기의 관계가 만들어낸다. 서로를 변화시키고 스스로도 변화한 결과다. 강가에 서서 서쪽 하늘과 강물에 비친 노을 보며 내가 지닌 관계의 그물망을 생각해 본다. 돌도 오래 되면 품안이 너그러워진다는데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는 자타 공인의 늙은 나이가 되었으면서도 아직 작은 풀씨만 한 일에도 쉽게 너그러워지지 못하는 나의 옹졸함에 대해서도.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 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