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단상
기름집 사장님
장돌뱅이.
2024. 11. 14. 11:16
누님이 보내준 들깨를 자루에 담아 집 근처 시장에 있는 기름집으로 갔다.
들깨 껍질 제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작업을 아내는 '기피'라고 했고 기름집 늙은 사장도 그렇게 말했다.
껍데기를 제거하는 일이면 '기피'보다는 제피(除皮)가 맞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사전을 찾아보니 거피(去皮)를 편하게 발음하면서 굳어진 말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 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은 단어였다.
기름집 사장은 들깨를 보더니 알이 잘아서 두 번 기피를 해야 한다고 했다.
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두 번 기피를 하면 날라가는게 많아서 양이 작아지는 대신 깨끗한 색의 가루를 얻을 수 있고, 한번 기피를 하면 색이 거무튀튀해지고 질감이 거칠지만 남는 양이 많고 건강에는 더 좋다고 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어서 전화를 걸어 아내를 바꿔주었다.
아내는 두 번 기피를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