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술만 더 먹어보자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21
장돌뱅이.
2024. 11. 19. 06:34
음식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레시피에서 '적당량을 넣으라'는 말이 나오면 난감했다.
도대체 적당량이라는 게 얼마큼이란 말인가?
그런데 몇 해를 부엌에 서다보니 '적당한'이라는 계량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생겼다.
예를 들면 무슨무슨죽이나 무슨무슨 볶음 같은 것.
대개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재료들을 활용할 때다.
1. '적당히' 만든 김치죽
11월은 새로운 김장을 위해 김치냉장고 속 묵은 김치를 비워야 할 때다.
김치찌개, 김치콩나물국, 김치볶음, 등갈비감자탕 등을 만들다가 쫑쫑 썬 김치로 죽을 끓여 보았다.
적당량의 멸치 육수에 적당량의 식은 밥을 풀어 적당히 간을 하면 된다.
당근, 양파도 다져넣고 파도 썰어 넣었다. 달걀도 한 개 더했다.
부드러운 식감으로 속을 감싸듯 풀어주는 새콤하고 개운한 김치죽!
남에게 대접할 음식은 아니지만 가족들끼리 먹기에는 그만이다.
무엇을 먹는다는 것이 감격스러울 때는
비싼 정찬을 먹을 때가 아니라
그냥 흰죽 한 그릇을 먹을 때
말갛게 밥물이 퍼진,
간장 한 종지를 곁들여내온
흰죽 한 그릇
늙은 어머니가 흰쌀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는
가스레인지 앞에 오래 서서
조금씩 조금씩 물을 부어 저어주고
다시 끓어오르면 물을 부어주는,
좀더 퍼지게 할까
쌀알이 투명해졌으니 이제 그만 불을 끌까
오직 그런 생각만 하면서
죽만 내려다보며
죽만 생각하며 끓인
호로록,
숟가락 끝으로 간장을 떠 죽 위에 쓰윽,
그림을 그리며 먹는
- 고영민, 「흰죽」-
2. 적당히 만든 들깻잎볶음
샐러드를 만들고 남은 깻잎.
달군 팬에 다진마늘을 넣어 향이 나면 당근과 양파를 채썰어 넣고 들깻잎과 함께 볶는다.
간장과 굴소스를 적당히 넣고 간을 맞춘다.
3. 적당히 만든 두부구이 숙주볶음
- 두부는 물기를 빼고 소금을 뿌린 후 기름 두른 팬에서 노릇하게 지진다.
- 기름 두른 팬에 다진 마늘을 넣어 향을 낸 후 숙주나물(1봉), 대파(1/2대), 씨를 빼고 얇게 채썬 청양고추 약간을 넣고 볶다가 적당량의 굴소스(1T), 간장(1T)을 넣고 불을 끈 후 참기름과 후추, 통깨로 마무리한다.
- 아내는 조만간 (청양고추를 빼고) 손자저하들의 밥상에도 올리자고 했다.
4. 명란젓비빔밥(1인분)
- 명란젓 2개를 도마 위에서 가운데 칼집을 내고 알만 골라내 참기름 1S, 통깨 1/2S, 송송 썬 쪽파 1S와 섞는다.
- 밥1공기에 달걀부침과 송송 썬 쪽파 1S와 김가루 2S를 올려 비벼 먹는다.
5. 치킨마요덮밥
치킨마요는 주로 손자저하를 위해서 자주 만드는 편이다.
(레시피는 지난 글에 있다. - 한 술만 더 먹어보자 3 )
같은 맛이겠지만 이번엔 모양을 내는데 좀 더 신경을 써보았다.
6. 곱단씨가 만든 파김치
아직 내가 김장을 담글 수준은 아니어서 아내가 만들고 나는 보조만 했다.
아내의 솜씨는 갓담근 생김치를 좋아하는 딸아이와 사위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나는 양념이 깊이 배어 숨이 죽고 곰삭은 김치를 좋아한다.
사람마다 입맛이 천차만별이다.
딸아이네를 위해서라도 겨울이 가기 전에 파김치를 한 번쯤 더 담가야 할 것 같다.
그때 아내의 지시를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아내도 그때 자신만의 비법을 제대로 된 레시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7. 태국여행의 '뒤끝', 팟타이
지난 푸껫여행에서 사 온 팟타이 밀키트다.
레시피에 나와 있는 닭가슴살은 새우로 대체했다.
팟타이는 태국 여행의 여운을 길게 하고 새로운 여행을 꿈꾸게 한다. 내가 여행사 단체여행을 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먹고 싶은 여행지의 음식을 내가 먹고 싶은 곳에서 먹을 수 없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