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뉴스 이젠 그만 보자." 분노와 개탄 끝에 탄식과 무기력으로 막막해진 감정을 추스르러 눈 내린 강변을 걷다가 돌아와 어쩔 수 없이 다시 TV를 켜니 화면 속에 H.O.T의 노래 <캔디>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폭설 속에 비닐을 뒤집어쓴 채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들며 밤을 새운 젊은이들이었다. 거제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청년은 "이제 젊은이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열렬한 H.O.T의 팬으로 '강타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딸아이 덕분에 저절로 알게 된 노래라 나도 몇 소절을 따라 부르다 함부로 내뱉었던 냉소와 절망을 황급히 거둬들여야 했다.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