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눈이 많이 온다는 안전문자가 여러번 왔다. 하루종일 눈이 오락가락했다. 강변에 나가 걸었는데 삽시간에 눈앞이 자욱하도록 눈이 쏟아졌다. 싸락눈이었다가 진눈깨비였다가 함박눈이였다가. 하필 맞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옷 앞에 하얗게 달라붙었다.
서울숲으로 길을 바꾸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와 커피를 마시며 쉬지 않고 내리는 창밖의 눈을 바라보았다. 설음식 준비를 시작한 아내는 딸아이네가 올 때 길이 미끄럽지 않을까 소소한 걱정을 했다. 밤에도 많은 눈이 올 거라지만 나는 나른하고 아늑해졌다. 송창식의 노래 <밤눈>을 들었다.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 데서 눈 맞는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당신은 못 듣는가 저 흐느낌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내 우는 소리 잠만 들면 나는 거기엘 가네 눈송이 어지러운 거기엘 가네
눈발을 흩이고 옛 얘길 꺼내 아직 얼지 않았거든 들고 오리다 아니면 다시는 오지도 않지 한밤중에 눈이 나리네 소리도 없이
눈 내리는 밤이 이어질수록 한 발짝 두 발짝 멀리도 왔네 한 발짝 두 발짝 멀리도 왔네
들고 오고 싶은, 아직 얼지 않은 옛 이야기를 더듬어보다가 멀리 왔다는 생각에 눈을 감기도 했다. 참 멀리 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