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단상

입춘대길 건양다경

장돌뱅이. 2025. 2. 4. 11:24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대길 건양다경······."
아픈 일들이 많았던 겨울이었으므로 입춘축을 붙이며 기도처럼 읊조려 본다.

*원래 여덞 八자 현태로 붙여야 한다는데 거꾸로 붙였다.봄이 봄 같지 않는 어지러운 시절 탓이라고 변명···(쿨럭).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손자는 개구지게 아파트 응달의 눈을 밟고 걸었다.
'그래 꼭꼭 밟아라. 올 겨울 마지막 남은 눈일 테니.'

날마다 산책 하는 호수에 잡힌 살얼음과 그 위에 남은 잔설도 곧 녹아 사라지리라.

낯익은 산길 가다 찾는다.
달래, 며칠 전 바로 이 풀섶에 있었는데
찾을 수 없다.
누가 이 길을 지나갔나보다.

잘 보면 바로 그 자리에 있다.
뜯겨나간 허리에서 촉을 내어
비이슬에 멱을 감아 더 싱싱하게
새벽 햇살에 얼굴 닦아 더 싱싱하게
주위 풀들이 자라면서 너를 에워
감싸안고 숨겨주고 있다.

이대로 너는,
일년이라 열두 달을 하루도 없이
찬비 바람 뜨거운 해 서늘한 달을 받아들이며
다시 치열하게 한 생을 살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 잠들어 있을 새봄에
지각을 흔들어 깨우며
가장 먼저 이 땅 위에 깃발을 들어올릴 것이다.

그러므로
견디는 것은 아름답다.
그러므로
견디는 것이 힘이다.

- 배창환, 「달래에게서 배운 것」-

눈을 털고 드러나는 초록이 예쁘다.
따뜻한 봄에는 부디 좋은 일 기쁜 일 많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