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단상

12차 범시민대행진

장돌뱅이. 2025. 2. 23. 09:04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
외로움이 지나쳐
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
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운다

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
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저승냄새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과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

- 신현림, 「나의 싸움」- 

토요일마다 경복궁 앞에 모여 함께 깃발과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연사들의 연설을 듣고 난 뒤 다시 구호와 노래를 반복하며 명동 한국은행까지 걷는다. '아내와 나의 싸움'이다.
이 집회와 행진의 끝엔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때가 언제일까? 여전히 낙관은 금물이지만 2017년 촛불의 경험은 그런 질문에 의심이 아닌 기대와 확신을 품어도 좋다고 가르친다.

2016년 늦가을에서 2017년 봄까지, 축제처럼 노래하고 춤추면서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했다가 돌아오곤 했지만 '불의한 정권이 평화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포기한 역사가 있었던가?' 하는 질문을 떨칠 수 없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저들의 마지막 발버둥을 공포스럽게 상상하다보면 촛불과 함성은 너무 나이브하고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에 저들 내부에서는 계엄과 군투입을 획책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한 연구에 따르면(책『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1900년 이래 정권 교체를 위한 전 세계에서 있었던 모든 폭력 및 평화 시위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평화 시위의 성공률이 2배가 더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평화 시위로 성공했을 때 민주적 체제가 수립되어 다시 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경향도 더 높았다고도 한다.
비록 지금의 상황은 잠시 흔들린 것 같지만 바로 지난 촛불집회에서 우리가 이루어냈던 일이다.

폭력적인 시위는 당장에는 언론과 대중의 주의를 끄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대중의 지지는 감소한다. 그것은 폭력 시위가 은폐적 경향을 띠는 반면에 평화 시위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개적 형태로 전개되어 여성, 어린이, 노인들에게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수한 장삼이사(張三李四)들끼리의 협력과 연대이다.
거기에 시인 김수영의 표현을 덧붙이자면 '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찬 우리들의 싸움은 민주주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 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