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단상

ChatGPT 놀이

장돌뱅이. 2025. 4. 13. 05:21

나는 컴맹에 인터넷 맹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다. 처음 ChatGPT라는 게 세상에 화제에 올랐을 때 컴퓨터에 깔아놓고 호기심에 몇 가지를 물어보다가 잊고 지냈다.

최근에 한 모임에서 챗GPT로 사진을 캐릭터 그림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즈음 들어 지인들의 카톡 프로필에 캐릭터 사진이 등장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남들은 이미 다 아는 거 지만 나로서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능이었다. 

*왼쪽이 원본 사진, 가운데가 픽사 스타일, 오른쪽이 디즈니 스타일로 변형시킨 것이다.

제일 먼저 손자저하들 사진을 이용해 보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챗GPT에 사진을 올리고 디즈니, 픽사, 지브리 등 원하는 스타일을 입력하면 됐다.
지브리는 일본 만화 스타일을 말한다고 하던가.
귀엽게, 눈이 크게, 하는 추가 주문도 가능했다. 

아내의 사진도 디즈니 스타일로 변형시켜 보았다.
캐릭터를 보고 원래의 인물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닮았다 안 닮았다를 떠나 재미있었다.
어떤 모양이 나올까 변형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는 재미도 있었다.

내 것도 해보려고 폴더를 뒤지니 막상 내 사진은 별로 없었다.
대학생 시절 필름 사진을 스캔 받아놓은 게 눈에 띄어 그것으로 시도를 해보았다.
그런데 한참 동안 '작업 중'이다가 자신의 정책에 부합되지 않는 사진이라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아마도 신체 노출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사진 없이 그냥 그림을 그려달랠 수도 있다.
수채화, 유화, 연필화, 색연필화 등 다양한 장르가 가능했다.

1. 몽환적인 느낌의 바다 그림 그려줘요.(1번 그림이 나왔다)
2. 그림에서 달을 빼줘요.

3. 노을을 더 해줘요.
4. 붉은색을 조금 옅게 해 줘요.

5. 구름을 사실적으로 그려줘요.
6. 수평선 쪽에 작은 배를 넣어줘요.

입력 문장에 맞춰 그림이 변했다.
감성적인 단어를 포함하여 주문이 섬세할수록 더 다양한 그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조만간 AI로 그린(만든?) 그림 전시회도 열리지 않을까?

AI 프로그램에 주제어 몇 마디만 입력하여 간단히 음악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

 

내가 작곡가? 연주가?

딸아이가 'suno'라는 프로그램을 알려줬다.키워드 몇 개를 입력하면 바로 거기에 맞춘 음악을 만들어 주는 AI프로그램이었다.음악뿐만이 아니라 가사와 함께 원하는 분위기와 장르의 주제어를 입

jangdolbange.tistory.com

물론 이 모든 작업이 호기심에 몇 번 해보았을 뿐 백수인 나로서는 일상에 크게 필요한 일은 아니니 앞으로 자주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세상은 그림 몇 장 변화시키고 간단 음악을 생성시키거나 영상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변화하는 듯했다. 어제저녁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나의 완벽한 애인 - AI와 사랑해도 될까요" 편에서는 일상의 보조 도구를 넘어 감정의 교류를 하는 친구이자 애인으로  AI와 소통하며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상업화 되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대화를 하거나 연애를 해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챗봇 플랫폼 업체들도 생겨나 있었다. 거기에선 어떤 명령어를 입력하는가에 따라 AI를 비도덕적 혹은 범죄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맹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들은 부지불식 간에 나의 일상을 잠식하고 들어오고 있는데 나는 간단한 인터넷뱅킹이나 카카오 송금조차도 아내에게 미뤄둔 채 아날로그 식으로 살고 있다. 언제까지 이 '나는 자연인이다'식 생활이 가능할까?
빨리 나이 먹어서 다행인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