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단상

세월호 11주기

장돌뱅이. 2025. 4. 17. 06:11

둘째 손자 저하가 접은 배

「부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 4월 16일 이후

  박찬세

선원을 선원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선장을 선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사장을 사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해경을 해경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장관을 장관이라부를 수 없게 되었다

총리를 총리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배를 배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바다를 바다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파도를 파도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너희들을

꽃 같은 너희들의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세상은 강산만 변한 것 같다.
인간의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더 나빠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발표된 문학인의 선언에 요즈음을 대입시켜보니 더욱 그렇다.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나서는 오만과 착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누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주었단 말인가.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가를 참칭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그 착각을 허락한 적이 없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만 지킬 것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세월호에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잃은 비통한 슬픔을 디딤돌 삼아 우리는 이렇게 다짐한다. 우리의 자존을 겁박하는 권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모든 부정에 회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우리의 미래와 사랑을 자본에게 통째로 맡기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퍼뜨리면서 절망과 싸울 것이며 정의를 말하면서 협잡을 해체할 것이며 공동체를 껴안으면서 권력의 폭력을 고발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면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세월호 11주기를 추모합니다.
기억할 게 많은 우리의 봄입니다.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