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단상

망각의 강 너머

장돌뱅이. 2025. 6. 5. 01:04

먼 나라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이승을 떠난 영혼은 저세상에 다다르기까지  다섯 개의 강을 건넌다고 합니다. 강을 하나씩 건너면서 마음속에 지닌 고통과 시름, 슬픔과 증오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지요.
마지막 강인 레테에서는 이승에서 겪었던 불행과 행복의 모든 기억까지 잊게 된다는데······.

잘 건너 가셨는지요?
부디 그곳에서는 그윽한 고요와 평안한 휴식만이 함께 하시길.
이제부터 기억과 기도는 전적으로 남은 우리의 몫이라고 고개를 끄덕여봅니다.
망각도 기억의 한 방편이라는 이승의 말이 혹 그곳에서도 유효하다면 망각의 사이사이 아주 가끔은 이곳의 기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해보면서요.

헤어지는 연습 없이 / 사랑했는데

너와 내가 / 목메어 / 돌아서는 길목

돌층계에 깔리는 / 연연한 노을빛 그림자

쓸쓸히 손 흔들며 / 나목처럼 / 시린 가슴

용서하는 마음 / 사랑하는 정 / 가득 풀어 헤치고

서러운 눈빛으로 / 마주치다가

순명의 나무 되어 / 손을 모은다

이별은 / 기도의 출발

헤어져도 / 갈림 없는 / 두 마음 /

말간 하늘 폭에 / 하나의 / 돛을 단다

- 이해인, 「이별 소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