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시작한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며 멈추질 않는다. 하루 사이에 기온도 냉랭하게 떨어졌다. 입동(立冬)이 지난 11월이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라 해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내일까지 계속될 비는 단풍을 많이 떨굴 것 같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11월」-
아내와 음악을 들으며 빈둥거리다 파전과 수제비를 해 먹기로 했다. 비 오는 날마다 해 먹는 단골 메뉴다. 블로그의 지난 기록을 뒤져보니 작년에도 이 맘 때쯤 비오는 날 해먹었다. (*지난 글 : 2020.11.19 "수제비 당기는 날" ) 재료는, 일명 '냉파'(냉장고 파먹기)로 냉장고 속을 뒤져서 구했다. 수제비는 늘 하던 대로 멸치 육수를 내고 감자와 단호박, 양파, 표고버섯, 새우 등속을 넣고 끓이다 밀가루 반죽을 떼어 넣었다. 파전은 며칠 전 석박지를 담그고 남은 (파전을 위해 일부러 남긴?) 쪽파로 만들었다.
한 해의 11월. 사람으로 치면 60대 중반의 내 나이쯤 된다고 할 수 있을까? 돌이키기엔 이미 많이 살아버렸고, 남은 달력은 얇은······ 걷기와 여행, 음악과 커피, 책과 영화, 그리고 음식까지 아무쪼록 아내와 어깨를 더욱 가까이 하고 나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