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술만 더 먹어보자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9
장돌뱅이.
2024. 11. 4. 10:18
귀농을 한 아내의 친구가 올 가을에도 앞마당에서 거둔 대봉을 보내주었다.
친구는 마트에 나온 상품처럼 미끈하지 않고 생채기가 있다고 미안해했다.
그까짓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감과 함께 넉넉하고 훈훈한 기운도 전해 오지 않았는가.
감나무에 매달린
저 붉은 감들이 아니었으면
십일월의 하늘은
얼마나 쓸쓸했으리
해마다 잊지 않고 보내주는
그대 감 한 상자 없었으면
해 저무는 서쪽 하늘은
또 얼마나 허전했으리
연꽃 닮은 대봉감 앞에 놓고
가슴에 가만히 가슴을 대보는
늦가을 저녁
- 고증식, 「안부」-
아파도 먹어야 하고 나아도 먹어야 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한 이틀 죽과 누룽지만 먹었다. 그 힘으로 여독을 걷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는 건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는 일이다.
1. 고구마달걀부침
여행 전 누나가 보내준 고구마가 말라가고 있다. 서둘러 먹어야 한다.
특히 고구마는 냉장고 대신 상온에(따뜻하게) 보관해야 해서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한다.
감도 그렇고 고구마도 그렇고 누군가 보내준 식재료는 계획적으로 산 것이 아니라 양이 많다.
딸아이네와 나누고 주위에 나누어도 고구마만 먹는 게 아니니 아내와 둘이 먹기엔 여전히 벅차다.
고구마달걀부침으로 아침을 먹었다. 고구마를 채 썰어 식용유에 바짝 익히고 거기에 달걀물을 입힌 다음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 반으로 접었다. 달콤하고 구수한 맛이다.
2. 양배추쌈
여행 전 다 사용하지 못한 양배추가 냉장고 속에 남아 있었다. 다행히 상태가 괜찮았다.
일부를 데쳐서 양념장을 만들어 쌈으로 먹었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일이 직접 해보면 어려울 때가 있다. 양배추를 좋은 식감으로 데쳐내는 것도 그렇다. 적정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너무 무르거나 설익는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흑백요리사>를 여행 중에 다 보았다.
상상도 하기 힘든 화려한 요리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나로서는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저 '먹방' 유튜브의 확장 버전이랄까?)
그 고난도 요리 경연을 보고 내가 어떤 음식이나 기술을 배웠다고 말하는 건 허세일 것이다.
그냥 저런 요리도 있구나 하고 구경을 했을 뿐이다.
그래도 (비록 책과 인터넷에 올라있는 레시피를 따라서 하는 수준이지만 ) 조금 더 세밀하게 정성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은 해보게 되었다. 화려할 리 없는 백수의 단순한 하루하루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처럼.
3. 양배추채들깨무침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6」에 나온 파채 양념을 양배추에도 적용해 보았다.
양배추와 양파를 잘게 채 썰어 양념에 무쳤다. 고기 먹을 때 혹은 그냥 밥반찬으로도 좋았다.
4. 소고기고추장찌개
- 소고기 150g을 양념(고춧가루 1S, 다진마늘 1/2S, 청주 1S, 국간장 1S)에 버무려 10분간 재운다.
- 감자와 애호박 각 100g(0.5cm 두께로 십자 썰기), 양파 100g(2*2 cm 썰기) 대파 흰부분 15cm, 어슷썰기), 두부 150g(사방 1.5cm 썰기)
- 달군 냄비에 재운 소고기 넣고 중간불에서 2분간 볶는다.
- 멸치 육수를 3C 붓고 고추장 3S, 된장 1/2C,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을 풀어 끓어오르면 감자, 애호박, 양파를 넣고 15분간 끓인다. 두부를 넣고 3분간, 다시 대파를 넣고 1분간 더 끓인다.
*소고기는 등심, 차돌박이, 불고기감 등을 사용한다. 차돌박이는 기름기가 많다는 걸 참고한다.
5. 새우볶음밥(까오팟꿍)
푸껫여행을 다녀오면서 태국음식 소스를 샀다.
블루엘리펀트(blue Elephant) 제품을 사려고 했으나 없어서 가격이 더 저렴한 Lobo제품을 샀다.
아내와 나의 입맛엔 역시나 별로였다. 사실 볶음밥이야 만국공통이라 굳이 태국 소스를 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태국향을 더하고 싶어 샀던 것인데, 실패였다.
레시피에 없는 참기름을 긴급으로 추가하여 그런대로 친근한 맛을 만들 수 있었다.
6. 붕어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