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단상

넷플릭스 영화 세 편

장돌뱅이. 2024. 12. 26. 16:18

1. 다우트(Doubt)

아내와 나는 메릴스트립이 나오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보려고 한다.
어떤 역할을 하건 빼어난 그의 연기는 우리를 그의 역할 속에 빠져 들게 한다. 

<<다우트>>는 제목 그대로 의심에 관한 영화다.
성당의 주임 신부와 성당에서 운영하는 학교의 교장 수녀와 갈등이 주요 줄거리다.
그 외에 젊은 수녀와 한 흑인 학생의 엄마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교장 수녀는 신부와 어린 흑인 학생과 사이에 (성적?) 관계가 있었다고 의심한다. 
젊은 수녀에게서 흑인 학생이 신부와 면담을 하고 온 이후 이상행동을 보이고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고 보고를 받으면서부터이다.

신부와 교장은 그 이전부터 개인적인 취향에서 성당 운영의 방법까지 생각이 달랐다.
수녀는 커피에 설탕을 안 넣고 신부는 넣는다. 수녀는 볼펜을 안 쓰고 신부는 쓴다. 수녀는 성당 공연에서 Frosty the Snowman이 이교도의 노래라고 뺐으면 하고 신부는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신부는 교회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하며, 공포와 존경을 강제하는 대신에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교장 수녀는 규율과 율법 그리고 질서를 강조한다. 사소한 흐트러짐도 엄격하게 대하는 훈육으로 카톨릭이 원하는 바람직한 인격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부와 어린 흑인 학생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젊은 수녀는 다만 자신이 본 흑인 소년의 상태를 보고했을 뿐이다.
신부에 대한 교장 수녀의 누적된 감정이 그 보고를 계기로 의심을 키우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의심은 신부를 성당에서 내쫓으려는 확신으로 커지고 마침내 둘은 충돌한다.

자신이 직접 본 것만을 말하는 젊은 수녀는 둘 사이에서 멈칫거리고 흑인 학생의 엄마는 진실이 무엇이건 학업을 마쳐야 한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우선시하여 사태를 방관한다.

교장 수녀는 자신이 올바르다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합리적인 의심이나 주장 대신에 거짓을 동원하기도 한다. 마치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모두 정상적이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다만 목적만이 광적일 뿐"이라고 말하는 소설 『모비딕』의 선장 에이하브처럼.

어찌 되었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교장 수녀는 영화 말미에 "나는 의심이 너무 많다" 하며 울부짖는다.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모두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말이었던가.
자신을 객관화하여 냉철하게 평가하는 일은 어렵다.
우선 자신의 생각과 행동부터 '의심'하는 겸손함과 부단한 성찰이 필요하겠다.

2. 지금 구매하세요 : 쇼핑의 음모
(Buy Now! The Shopping Conspiracy)

자본주의 생존은 생산의 지속에 달려있다. 그것도 확대 지속이다.
그 말은 끊임없는 소비의 확대를 의미한다.
수요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 소비를 부추긴다.
그러기 위해서 '과학적 기법'의 소비 확대 방안이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소비(구매)가 쉬워야 한다.
예전에는 '물건이 필요하면 일어나서 차에 타고 마트까지 운전한 다음 진열대를 뒤져 물건을 찾아서 사고 집까지 다시 운전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버트만 누르면  물건이 문 앞에 나타난다.'
어느 가격 이상이면 배달비 무료라는 조건은 필요 이상의 소비를 부추긴다. 

다튜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는 그 생산과 소비 - 특히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소비하게 하고, 더 많이 속이고, 더 많이 진실을 감추고, 더 많이 소비자를 통제하는 ( Sell More, Waste More, Lie More, Hide more, Control More) 기업들의 이면에 관한 기록이다.

한 시간마다 250만 짝의 신발이 생산되고, 한 시간마다 68,733개의 휴대폰이 생산된다.
옷은 1분에 19만 벌이 만들어지고 플라스틱은 1초마다 12톤이 만들어진다.
효율적인 소비 사이클을 위해 제품의 수명은 의도적으로 짧아진다.
제품을 수리를 해서 재사용할 수 없도록 설계되고 만들어진다.
아무리 잘 사용해도 휴대폰 수명은 2년 남짓으로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모든 것을 합리적 경영이며 성장이라고 이름 붙여 왔다.

수명이 짧아지면서 쓰레기는 넘쳐난다. 잉여상품은 상품의 이미지를 위해 소각되거나 기부라는 명목으로 저개발국가에 보내진다. 어느 방법을 택할 것인가는 어느 쪽이 더 저비용인가에 따라 정해진다.
유럽에서 사용 후 폐기된 전자제품의 쓰레기가 태국의 어느 농촌으로 '수출'되는가 하면, 저가 의류들이 아프리카 가나로 무상으로 보내지곤 한다. 그 결과 인구 약 3천만 명의 가나에는 매주 1,500만 벌의 옷이 쌓인다. 남을 수밖에 없는 옷들은 바닷가에 산더미로 쌓여 바다로 미세플라스틱을 흘려보낸다.

상품에대한 기업의 책임은 팔 때까지 만이다. 사용 이후는 세상의 공동 책임이 된다.
그러나 '완벽히 버려지는 건 없다. 그것은 지구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리고 버린 후의 결과는?
황폐해지는 자연이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대한 위협이다.
망가진 자연은 극한 기후처럼 인간에게 역습을 가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저마다 친환경과 자선을 행하고 있다고 선전한다. 
낭떠러지를 향해 가는 보트 안에서 당장의 즐거운 파티에 골몰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화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분노할 뿐 어떤 해법도 제시하진 못한다.
겨우 한 시간 남짓한 상영 시간으로는 문제를 드러내기에도 벅차 보인다. 우리가 사는 방식에 대한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자성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 우선은 만족해야 할 듯하다.


3. 나르코스 Narcos

나르코스 Narcos는  마약상을 뜻하며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는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두목이었던 실존 인물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와 그를 쫓는 미국의 마약수사대 (DEA ;Drug EnforcementAdministration)와의 이야기다.
파블로는 마약을 팔아 한때 세계 6위의 부호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에 주재하던 시절인 2천 년대 초 멕시코 정부는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특히 후아레즈나 티후아나 같은 국경 도시는 살벌한 전쟁터로 변했다.
거의 매일 사람들이 총격으로 죽었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올랐다.
마약 조직들은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밤 사이에  시체들을 다리나 육교 난간에 매달아 놓기도 했다. 조직들간의 다툼과 공권력에대한 공공연한 도발이 주요 원인이었다.
경찰들도 마약조직에게 얼굴과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해서 복면을 쓰기도 했다.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들어서면 검은 복면을 한 채 총을 들고 서 있는 그들 모습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과 공포를 고조시켰다. 

멕시코 사람들은 마약조직 소탕 작전에 성원을 보내기는커녕 냉소적이었다.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같이 근무하는 멕시칸 직원은 가만히 놔두면 일반 사람들과 상관없는 마약 카르텔의 비즈니스일 뿐인데 공연히 정부가 나서서 치안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했다. 소탕 작전에 나서고 있는 군과 경찰,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마약 카르텔의 조직원일 수도 있는 상황에 무슨 소탕이 되겠냐는 의견이었다. 

실제로 마약과의 전쟁은 별 소득 없이 막대한 인명 피해만 남기고 끝났다.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은 마약 운송용 잠수함을 갖고 있다거나 멕시코의 카르텔이 자치주를 정부에 요구했다거나 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 떠돈 것도 그 무렵이었다.

 

멕시코 국경도시 여행1

한국에 간지 6개월 만에 아내가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면서 나 혼자 홀아비로 지내는 동안 흐트러졌던 집안 살림의 모양새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먼지들이 사라진 가구들은 본래

jangdolbange.tistory.com

멕시코에 대한 관심이 먼저였지만 그 원조격인(?) 콜롬비아의 <<나르코스>>를 먼저 보게 되었다.
넷플릭스 <<나르코스>>에 나오는 콜롬비아의 상황은 멕시코와 정확히 일치했다.
파블로의 마약 조직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시도하려는 정부에 맞서 사회 혼란을 가중시켰다.
경찰을 살해하는 건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무차별 테러를 가하고 심지어 비행기까지 폭파시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빈민들에게 집도 지어주며 로빈후드 행세를 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파블로는 국회의원에도 당선되었다.
프로축구 구단의 구단주도 지냈던 그는 자신의 죄를 씻는다는 명목으로  정부와 협의하여 자신이 직접 지은 초호화 감옥에 자발적으로 '투옥되는(?)' 쇼를 벌인 적도 있다.
파블로는 관료들을 회유할 때 "뇌물을 받고 가만히 있을래 아니며 죽을래" 하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나르코스>> 시즌 1, 2는 긴박감이 있었으나 시즌3은 좀 느슨했다고 생각한다.
2021년에 나온 <<Narco Mexico>>는  더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전자오락을 하는 듯 총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도 반복되다 보니 끔찍하고 식상해서 첫 회만 보고 중단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