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1일에 세월호 연장전이 있었다. - 문정희의 시, "봄도 저만치 피멍으로 피어있다" 중에서 -
그리고......
오늘은 4월16일이다.
그것이
연장전(延長展)이건
혹은 연장전(延長戰)이건
아니면 연장전(鍊匠展)이건
또는 연장전(鍊匠戰)이건 필요한 시간이다.
고혼(孤魂)들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천길 바닷속, 어느 슬픈 심연을 떠돌고 있는지
어느 봄 어느 가을 한 줄기 햇살 되어
모질고 고통스런 이 땅에 다시 오려는지
온 영혼을 쥐어짜보아도 모든 언어가 부질없다
적당히 그럴듯한 말로 가장 추한 것을 감추고
보상이니 추모니 피 냄새 나는 지폐로
생명을 계산하는 동안
부정한 힘과 제도와 미친 속도는 여전하고
배 가라앉을 때 함께 가라앉은 진실도 양심도
망망대해 떠내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나라의 존엄은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고
한 나라의 통치는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안전한가에 있다
언제 멈출 것인가
타락한 솜씨와 노회한 바퀴들의녹슨 삐걱임 소리
어떤 시간으로도 녹일 수 없는 분노와 슬픔으로
오늘을 호곡한다
(4월16일자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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