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직접적인 의미는 집에서 끼니 때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이겠다.
하지만 텔레비젼 요리 프로그램이나 요리책의 제목에도 나오고
어떨 땐 음식점 광고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모두 화려한 재료나 기발한 기교의 맛 대신에
'집밥'이란 말 속에 들어있는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가족끼리 나눌 수 있는 정성과 다정함, 그래서 든든하게 다가오는
어떤 신뢰감 같은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할매', '시골', '촌' 등을 접두사처럼 이름 앞에 붙인
음식점들이 많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겠다.
서툰 솜씨인 대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먹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이름난 음식점에서 먹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편안하고 느긋하다. 따뜻하고 흥겹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이는 외식을 하면 과식을 하게 된다는데,
나는 집에서 먹으면 과식을 하게 된다.
핸드폰 속의 내가 만든 '집밥' 사진 몇 장을 옮겨본다.
*어느 휴일의 아침.
*시래기 들깨된장지짐
*차돌배기덮밥
*가지구이무침
*두부조림
*무전
*북어고추장조림
예전에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아내는 늘 된장찌개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워낙 '걸구'의 입맛을 지닌 나인지라 출장 기간 동안 어느 나라에서건 특별히 한국음식을 그리워하진 않았다.
하지만 귀국 첫날 아내의 된장찌개 한 숟갈이나 김치 한 젓갈을 입에 넣을 땐
"그래! 이 맛이야!" 하는 느낌이 온 몸으로 번져나가곤 했다.
입맛은 오랜 반복으로 생겨난 익숙함이자 유전자일 터이니
걸핏하면 먼 이국을 떠돌아다녔어도 결국 나는 그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먹는 음식이 아니라 아내의 손으로 만든 '집밥'이었기에 더 강렬했을 것이다.
아내는 지금 친구들과 유럽을 여행 중이다.
매일 카톡으로 몇 장의 사진을 보내온다.
아내가 귀국하는 날, 옛날의 아내처럼 나도 멸치 육수를 우려낸 된장찌개를 준비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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