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복1 저녁 노을 저녁 산책 길에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다. 걷던 길을 멈추고 서서 보았다. 다시 걷다가 또 멈췄다. 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 다른 데는 말고 꼭 저기 폐염전 옆구리에 걸치는 노을 만 평 갖고 싶다 그러고는 친구를 부르리 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날을 만한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 노을 만 평 사다가 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 - 신용목, 「노을 만 평」- 장엄한 노을 앞에 서니 내가 바라는 많은 것들이 작아 보인다. 누가 그랬다. 소망은 수천수만 가지일 수 있지만 희망은 하나뿐이라고. 희망은 언제나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내 숨을 통째 담보 잡혀서라도.. 2024. 4.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