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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5

안전지카 안전지 현관을 나설 때마다 중얼거리는 안전지 안전지 안경 전화기 지갑 일을 마치면서도 안전지 미간 사이 안경테 있나 만져보고 오른쪽 뒷주머니에 전화기는 있는지 왼쪽 앞가슴에 지갑은 무사한지 찻집에서 술집에서 일어설 때도 안전지 버스 지하철 승용차에서 내릴 때도 안전지 안전지 이렇게 깜빡깜빡하다가 언젠가 이승을 떠날 터인데 그때 나는 또 뭘 챙기려고 중얼중얼 허둥댈지 앞뒤 두리번거릴지 - 이문재, 「안전지」- 아내가 얼마 전에 어르신교통카드를 받았다. 혜택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외출 때 챙겨야 할 게 안전지에 한 가지가 더해질 것이다. 안전지카! 손자와 수수께끼를 주고받는다. "일 년에 한 개씩만 먹을 수 있는 것은?" - 나이 "자꾸 먹으면 죽는데 안 먹을 수 없는 것은?".. 2023. 1. 9.
나는 세계인 한 식당 벽에 붙어 있던 원산지 표기. 신토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히 '인터내셔널'하다. 특히 바레인에서 온 꽃게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2021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4.4%,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30% 미만으로 OECD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수산물 자급률은 72%라고 한다. 하지만 오징어 29.1%, 새우 21.2, 고등어 77% 등으로 주요 수산물은 대략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있는 사정이다. 식량주권 확립은 국가 생존의 중요한 문제이지만 국가 간 관계가 다방면에서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나는 다국적 죽음을 먹고 산다 오늘 아침은 중국산으로 해장을 했고 어제 저녁은 호주산 안주로 술을 마셨고 그제 점심은 북유럽산으로.. 2023. 1. 5.
어제보다 조금 더 '걸음마'를 시작한 지 한 달만에 그리고 외출을 한 지 9일 만에 아내가 걸어서 병원엘 다녀왔다. 보름 전 병원에 갈 때는 타다를 불러야 했는데 잠깐 사이에 '쑥쑥 자란' 것이다. "어이구 우리 곱단이, 이렇게 걷는 게 빠르니 곧 유치원도 갈 수 있겠네." 아파트 뒷문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아내는 정말 유치원 아이처럼 한 손을 들고 조심조심 걸었다. 자전거와 킥보드와 전동보드는 물론 지나가는 행인이 행여 스치기라도 할까 나는 보디가드처럼 앞뒤를 막아서며 걸어야 했다. 그렇게 문화회관을 지났다. 그 옆에는 새로운 커피숖이 생겼고 정원을 장식하는 조형물도 바뀌어 있었다. 백화점 벽에 걸린 상품 광고는 벌써 가을이 한참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오래간만에 아내와 먼(?) 길을 걸으니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2022. 9. 30.
정월대보름 전날 "내일이 무슨 날이게?"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손자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밸런타인데이와 혼돈이 오는 모양이었다. "초콜릿 주는 날? · · · · · · " 정월대보름이라고, 설날 이후 달이 처음으로 동그래지는 날이라고 말해주었다. 여러 가지 나물과 땅콩이나 호두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저녁 식사는 고사리, 마른 가지, 토란대, 고구마순, 호박오가리, 무나물, 유채나물, 시금치, 콩나물 등을 삶고 데치고 볶고 무치고, 오곡밥을 지어 딸아이네와 3대가 함께 앉아서 했다. 첫째 친구는 거무튀튀한 나물 색깔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별로 맛이 없을 것 같아' 하면서 조금씩 맛을 보고 몇 가지를 선택하여 먹었다. 어린 둘째는 뜻밖에 종류를 가리지 않고 용감하게 먹었다. 원래는 저녁을 먹고 짧은 .. 2022. 2. 15.
추억이 있어... 6-70년대 우리 대중가요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는 고향이었다. 이농(離農)과 그에 따른 인구의 도시 집중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떠나온 고향을 향한 그리움에 노래가 파고들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머나먼 고향」, 「고향역」, 「고향 아줌마」, 「고향이 좋아」,「두메산골」, 「망향」 등 제목에서부터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 몸을 기다려∼" 하는 구성진 트로트의 곡조와 가사는 아직 어렸던 나조차도 통학 버스 안을 울리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자주 듣다보니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하게 될 정도였다. 하지만 같은 노래를 들어도 이향민(離鄕民)들과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의 감정은 달랐을 것이다. 당연히 같이 .. 2022.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