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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집7

도다리쑥국으로 시작하는 봄 연둣빛 봄이 여기저기서 '클릭 클릭'을 시작했다.손자저하들과 보내다 잠깐 주어진 휴식의 시간."혹시 도다리쑥국을 시작하셨나요?"때가 너무 이르지 않을까 전화로 조심스레 식당에 물었더니 이미 개시했다고 한다. 따뜻한 겨울 날씨 덕에 봄쑥이 일찍 나왔나 보다.해마다 이른봄이면 을지로에 있는 식당 충무집에서 도다리쑥국을 먹는다.아내와 함께 하는 봄맞이 행사 중의 하나다.봄이면 통영 땅 남도 천리로 가갯 처녀의 비린 향기가 나는도다리쑥국을 홀린 듯이 먹는다.해수 쑥탕에 누워목욕하고 있는 도다리 살맛이라니- 장우식, 「도다리쑥국」 중에서 -인용한 시는 좀 비릿하고 에로틱하지만 정작 도다리쑥국은, 된장과 쑥과 도다리가 제각각 그리고 합쳐져, 그윽하고 정갈한 맛을 냈다. 함께 먹는 멍게밥에도 유독 봄맛이 진하게 들어.. 2024. 3. 7.
초복 복달임 폭우로 복날 같지 않은 시원한 날이다. 올해 초복 복달임은 미리 앞당겨서 했다. 아니 사실은 지난주에 외식을 하면서 그걸 복달임으로 치기로 했다. 아내와 임의로 우리 부부만의 계절맞이 음식을 정해 두었다. 봄이면 도다리쑥국, 여름이면 민어탕, 가을이면 꽃게, 겨울이면 과메기. 물론 이른 봄에 먹는 봄똥(봄동)이나 3~4월에 먹는 주꾸미, 여름철의 과일, 가을철의 대하, 겨울의 굴이나 꼬막도 있지만, 아내와 나는 위 네 가지 음식들을 먹는 것으로 계절이 왔다고 말하곤 한다. 올해도 민어탕은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 충무집에서 먹었다. 개운하면서도 은근하고 약간은 칼칼한 민어탕! 블로그를 뒤져보니 오래전 서울 논현동에 있는 식당 노들강에서 먹은 민어에 대한 글이 있다. (* 지난 글 : 서울 논현동 "노들강.. 2023. 7. 11.
도다리쑥국 먹고 덕수궁 가기 봄동이 끝나갈 무렵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봄동은 집에서 국도 끓이고 데쳐서 나물도 무치고 겉절이도 만들어 먹지만 도다리쑥국은 을지로입구 충무집에서 사 먹는다. 물냉면처럼 은근한 맛의 음식엔 아직 나의 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년 봄엔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 도다리쑥국은 남해안 - 통영(충무), 고성 거제 일대 -의 토속 음식이라고 한다. 제철인 봄을 맞아 살아 통통이 오른 도다리 토막과 바닷바람을 맞고 돋아난 햇쑥을 옅은 농도로 된장을 푼 육수에 넣고 끓여내는 도다리쑥국은 별 기교가 없는 단순하고 소박한 맛이다. 아내와 나는 첫술을 뜰 때 입안에 감기는 그윽함에 종종 눈을 한번 감곤 한다. - 이곳 나의 글,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봄이다 " 중에서 - 늘 그래왔듯 멍게비빔밥을 곁들여 먹고 가까운 .. 2023. 3. 5.
한여름 한낮 - 덕수궁과 그 부근 민어탕은 여름철 음식이다. 민어가 여름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봄철 도다리쑥국으로 유명한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 충무집에서 계절 음식으로 민어탕을 낸다. 외출을 했다가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민어탕을 미끼로 아내를 불러냈다. 민어탕에는 원래 부레, 간 등의 내장이 들어가야 제맛이라고 한다. 충무집 민어탕에는 살덩이만 들어 있다. 그래도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입에 붙는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시원한' 민어탕 한 그릇을 하니 한여름 더위가 만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벌써 팔월인데 까짓 더위라고 해봤자 이제 며칠이나 남았겠어?" 자못 호기롭게 아내에게 말해 보았다. 민어의 원래 이름은 면어, 면은 조기 면(鮸)이다. 민어와 조기는 사촌지간이다. 면의 중국식 발음이 민과 가까워서 복잡한 '면' 대신.. 2022. 8. 4.
발밤발밤34 - 충무집과 류가헌 5월 하순 이후 아내는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본인의 지병 때문이 아니라 간호 때문이었다. 7월이 되자 아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거의 탈진이 되었다. 아무런 육체적 수고가 없었던 나도 덩달아 비슷한 상태로 지낸 거 같다. 올해 들어 매월 80∼100KM정도를 달리기를 해오던 나는 6월에는 36KM 밖에 달리지 못했다. 8월 초 아내에게 잠깐의 여유가 생겼다. 아내의 여유는 곧 나의 여유. 올 여름휴가는 없는 것으로 했지만 그래도 모처럼의 시간을 그냥 집에서 뒹굴기는 아쉬웠다. 그렇다고 멀리 갈 수는 없는 사정이어서 가까운 도심에서라도 더위를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맛난 음식과 시원한 냉방이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회 관람. 1. 충무집 충무집은 아내와 내게 도다리쑥국이 제철인 봄에 가는 식당이.. 2018. 8. 12.
잘 먹고 잘 살자 44 -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봄이다 봄을 느끼게 하는 음식? 내 기억 속엔 단연 냉이국이다. 봄이면 종일 들로 산으로 쏘다니다 해가 뉘엿해서야 대문을 열고 들어서던 내 어린 시절, 개구장이의 후각으로도 감별해 낼 수 있었던 진한 냉이된장국 냄새. 온 집안에 퍼지던 그 냄새는 바쁜 들일 중에도 짬을 내어 한 소쿠리 가득 냉이를 캐오시던 어머니의 부지런함으로 가능했던 향기였다. 고소한 내음이 입안에 가득하던 냉이무침은 또 어떠했던가! 삼십여 년 전의 결혼 초기까지만 해도 아내는 발품을 팔아 어느 가게에선가 향이 짙은 냉이를 사오곤 했었다. 그런데 이젠 도시에서 그런 냉이를 만날 수 없다. 향이 사라진 '모양만 냉이'인 냉이는 더 이상 봄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내가 봄 음식으로 꼽는 것은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 「.. 2017. 3. 21.
잘 먹고 잘 살자 38 - 서울 을지로 입구 "충무집" 생선과 곡식, 과일과 채소 등에 대한 인공 재배와 보존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철 음식이 줄어들었다. 시장에 가면 언제든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음식 재료들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편리함과는 반대로 자연과 계절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향과 맛은 사라지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노는 골목길을 은은히 적셔오던 향긋하고 구수한 냉이된장국 같은 냄새는 이제는 맡기 힘들게 된 것이다. 한국에 있을 적 시장에서 사온 냉이는 형태만 냉이일 뿐이라고 아내는 푸념을 하곤 했다. 제철 음식이 귀한 이유이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근처에 있는 식당 충무집(02-776-4088)은 봄철에만 도다리쑥국을 내놓는다. 중요한 자연산 쑥이 봄에만 나오기 때문이다. 도다리 또한 ‘봄 도다리’라고 하여 봄이 제철이니 .. 2013.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