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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3

웁시다 시인 황지우는 1980년 5월 서울대에 재학 중이었다.1972년 입학했는데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동하여 강제 입영되었다가 복학하여 논문 준비 중이었다.그 무렵 그는 광주에 있던 큰형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광주가 쑥대밭이 되었고 지금도 금남로에 상공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으니 황지우는 물론 동생도 절대 광주에 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동생도 지명수배 중이었다.그렇게 말하면서도 큰형은 통역을 자원하여 외신기자들에게 계엄군의 만행을 알려 그가 번역해 준 내용이 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고 한다.5월 30일 황지우는 '땅아 통곡하라'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만들어 가방에 담고 집을 나섰다. 정장을 하고 꽃다발을 들어 위장을 하였다. 종로 단성사 앞에서 그 유인물을 뿌리고 이동하다가 청량리 지하철 역에서 체포되.. 2024. 5. 18.
제주 함덕 11(결혼38주년) 아침에 숙소 주변, 해변이 아닌 중산간 쪽으로 걸어보았다. 평범한 마을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지 않았던 귤밭을 만났다. 사진을 찍다가 귤 수확을 준비하고 있는 초로의 사내와 말을 트게 되었다. 이제껏 커다란 귤밭은 서귀포 일대에만 있는 걸로 생각했다는 나의 말에 그가 말했다. "빌레는 제주도 말로 돌인데 빌레 위의 흙 층이 얇아서 조천의 귤이 서귀포 귤보다 당도가 높아요." 내게 물론 그 말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지식은 없다. 하지만 그가 맛보라고 건네준 귤은 적어도 하나로마트에서 사다 먹은 귤보다는 맛이 있었다. 그는 극조생의 귤이라 농협에 납품하기 위해 수확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3일 정도는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귤밭 가운데 있으면서도 또다시 돌담에 둘러싸인 무덤이 편안해 보였다. 오늘.. 2022. 10. 29.
내가 읽은 쉬운 시 96 - 황지우의「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저녁 무렵 아내와 집 근처 공원을 천천히 산책했다. 흰 벚꽃이 '튀밥'처럼 만개해 있었다. 어두워가는 저녁 어스름 속에서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딴 세상' 속에 머물렀다. 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팝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소리―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그 꽃그늘 받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 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內藏寺 가는 벚꽃길;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 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이.. 2019.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