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덥다.
태풍과 장마 사이 잠시 맑은 하늘은 이른 아침부터 열기를 내뿜는다.
창문을 여니 올 첫 매미 소리가 맹렬하다.
몸부대끼는 출근길의 지하철 안이 또한 열기와 맹렬이다.
여름엔 여름처럼 살 일이다.
매미는 여전하다 아랑곳없이 울어대다니
하긴 그 얼마나 오랜 날들을 어두운 땅속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로 굼벵이로 살아왔던가
날개가 돋아나기까지의 오랜 시간을 생각한다
금선탈각(金蟬脫殼)
나뭇가지 여기저기에
굼벵이의 몸을 벗고 날아오른 등이 찢긴 허물들
거기 바람이 머물 것이다 그 빈 몸속에
각질로 굳은 옛 매미의 몸속에
휘파람처럼 바람이 머물다 갈 것이다 날개처럼
며칠 남지 않은 저 시한부의 절규처럼
그 노래처럼 반짝이며 붙박여 있는
삶이 어쩌면 빈 껍질일지라도
그렇게 꼭 움켜쥐어야 하는 것이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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