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눈 하나로
저렇게 주렁주렁 뽀얀 세상을 키우다니······
-윤종호의 시 「하지 감자」-
친구의 텃밭에서 감자를 캤다.
봄부터 애써 가꾼 감자밭의 고랑 하나를 파 가라고 그냥 내준 것이다.
횡재아닌가. 다른 친구도 나와 같이 횡재를 했다.
우리는 아내와 함께 가서 신나게 감자를 거두었다.
보드라운 흙을 살짝 파헤치기만 하면 주먹만한 흰 감자들이 우수수 튀어 나왔다.
감자는 금새 커다란 비닐 봉지 세 개를 꽉 채웠다.
감자밭 옆에서 자라는 쑥갓과 상추도 뜯었다.
또 봉지가 두 개 더 늘어났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는 다른 가족들 몫으로 그것들을 나누었다.
딸아이, 처제, 어머니······
횡재의 한 몫을 나누어 받으며 "웬 거야?" 라고 묻는 그들에게 아내는
신바람 난 목소리로 구구절절 내력을 설명할 것이다.
아마 다른 친구네도 그렇지 않았을까?
'쪽 눈 하나'가 친구의 보살핌 속에 주렁주렁 감자로 자라고
자라난 감자는 아내와 나를, 그리고 주위를
우유처럼 '뽀얗게' 물들일 것이다.
비록 잠시라 해도.
점심에 나는 햇감자를 채 썰어 투명하게 볶았다.
아내가 볶아진 감자를 갓 지은 밥에 넣고 고추장과 들기름과 함께 쓱쓱 비벼 먹자고 했다.
든든한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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