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터어키의 한 사진가가 작년 12월 시리아 난민촌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가는 당시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네살 먹은 소녀 후디아(HUDEA)는
카메라를 총으로 오해하고 겁에 질려 두 손을 든 것이라고 한다.
최근 프랑스에서 충격적인 테러가 일어났다.
극장과 카페와 음식점이 부서지고 깨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쇼를 구경하고
차를 마시고 친구와 가족과 이야기와 음식을 나누던 사람들이
오직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우연'만으로 처참하게 살해 되었다.
살벌한 시기에 프랑스로 출장을 가야하는 한 친구는
뭐 별일이야 있겠냐면서도 왠지 썩 내키지 않는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 속 어린 소녀를 경악시켰던 것과 같은 공포가
우리네 동네 가까운 골목 어귀까지 다가와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는 채 낯선 세상을 떠돌아야 하는 어린 후디아들과
파리에서 황망하게 스러진 생명들에게 위로와 슬픔을 보낸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극단과 광신에,
극단과 광신의 뒤에 숨은 탐욕에 분노를 보낸다.
위로와 슬픔의 크기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크게.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꾸란)의 첫장은 7절로 되어 있으며
코란의 진수를 나타낸 것으로 예배를 드릴 때 꼭 외우는 구절이라고 한다.
참으로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
1 온 세상의 주인이신 알라를 찬송할지어다.
2 참으로 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신 분.
3 심판일의 주재자.
4 당신을 우리가 믿고 당신한테 구원을 청하나니,
5 우리를 옳은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
6 당신께서 은총을 내려 주신 사람들의 길로.
7 노여움을 산 사람들이나 길 잃은 사람들이 간 그런 길이 아닌 곳으로.
옳은 길인가?
은총이 가득한 사람들의 길인가?
노여움을 산 사람들이나 길 잃은 사람들이 간 그런 길이 아닌가?
'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신 분'의 이름에 합당한 길인가?
무릇 세상을 횡행하는 거창한 논리와 주장과 행동은,
먼저 골백번 묻고 겸손하게 간구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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