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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52 - 백무산의「격정」

by 장돌뱅이. 2016. 8. 22.



우사인볼트 Usain Bolt 는 이번 리우올림픽 최고의 스타 중의 하나이다.
1백 미터와 2백미터에 이어 4백미터 계주까지 그는 올림픽 3연패라는 쉽게 깨지지 않을 큰 기록을 세웠다.
100분의 일초로 승부가 결정되는 긴박한 경기임에도 긴장감이라고 전혀 없어보이는 그의 유유자적, 여유만만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단거리 육상하면 생각나는 또 한 선수가 있다.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세운 폭발적인 스피드와
엄청난 근육, 그리고 달리는 모델이라 불릴만큼 화려한 치장으로 화제가 되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의 그리피스 조이너.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치루는 선수들처럼 세상엔 짧은 시간 동안 자신과 세상의 꿈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붓는 압축된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삶들로 예술과 역사는 오게 되어 있는, 그리고 와야 할 앞날을 더 빨리 앞당기기도 했다.


   내가 유일하게 열광했던 스타는
   육상선수 그리피스 조이너

   그녀가 경기장 트랙을 달릴 때
   티브이 앞에서 나는 완전히 넋을 잃었다

   종마처럼 긴 다리와 잘록한 무릎과 발목
   피스톤을 장착한 엉덩이의 근육들이
   일시에 수십 기통의 격정을 점화시키며

   긴 머리채를 저공 비행의 프로펠러처럼
   바람에 휘날리며 거침없이 내달리던 흑인 여자

   슬픈 나이 서른 여덟에 그녀가 죽었단다
   내게는 그녀가 출발선에서 태어나
   꼭 백미터의 격정을 살고 간 것 같다
   문득, 내 인생이 몇걸음이던가


   사랑의 격정은 삶을 정화하고
   자유는 거침없는 곳에서 오고
   인생은 광야처럼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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