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림 : 오윤의 「통일대원도」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이 제법 요란하다.
신라의 삼국 통일 이래 공간적으로 작아지기만 한 우리 역사에
이제 시간적으로마저 오천년을 70년으로 축소하자는 말일까?
그렇다면 8·15 이전의 우리 역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왜 그럴까?
그들이 말하는 '건국' 이전의 일제 강점기에 대해
무엇인가를 감추고 싶다는 궁색한 꼼수일까?
함석헌 선생님의 호방한 글.
시는 아니지만 내게 아름다운 글은 모두가 시다.
우리 선조는 그렇게 쪼잔한 나라를 꿈꾸지 않았을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옛적의 어떤 날 망망한 만주 평원의 거친 풀밭 위에 먼동이 틀 무렵,
훤하게 밝아오는 그 빛이 억만 년 사람의 그림자를 본 일이 없는 흥안령의 마루턱을 희망과
장엄으로 물들일 때 몸집이 큼직큼직하고 힘줄이 불툭불툭한 큰 사람의 한 떼가 허리엔 제각기
돌도끼를 차고, 손에는 억센 활들을 들고 선발대의 걸음으로 그 꼭대기에 턱턱 나타났다.
흐트러진 머리털 사이로 보이는 널따란 그 이마에는 어진 이의 기상이 서려 있고, 쏘는 듯한
그 눈빛에는 날쌤의 정신이 들어 있다. 주먹은 굳게 쥐어 굳센 뜻을 보이고, 입은 무겁게 다물어
삼가는 마음을 나타낸다. 문득 솟는 해가 결승선을 차 던지는 용사같이 불끈 솟아 지평선을 떠날
때 그들은 한소리 높여 "여기다!" 하고 외쳤다. 장사들의 우렁찬 소리는 아침 햇살을 타고 우레같이
울리며 끝없는 만주 벌판으로 내리 달았다.
-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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