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치고 김소월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사람 치고 김소월의 시를 한 편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사람 치고 김소월의 시를 빌린 노래를 한 곡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 자체와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를 가사로 사용한) 노래에서 김소월은 가히 으뜸이다.
시야 그가 시인이니 접어두고 우선 그의 시를 가사로 사용한 노래를 꼽아보자.
동요 “엄마야 누나야”, 장은숙의 “못 잊어”, 정미조의 “개여울”, 우주용(혹은 양희은)의 “부모”,
사월과오월의 “님의 노래”와 “옛사랑”, 배철수가 속해 있던 활주로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인순이가 속해 있던 희자매의 “실버들”, 마야의 “진달래꽃” 등 매우 많다.
소월이 쉬운 우리말로 쓴 시는 귀에도 쉽게 와 닿는다.
좀 유식하게 말해 소월의 시가 ‘구비문학의 청각적 전통에 충실’한 까닭이다.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니다. 아기 때 배운 쉬운 말은 단순히 사물을 지칭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수단만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의식의 밑바탕에 깔리는 ‘무엇’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어릴 때 배운 단어일수록 우리의 가슴을 묵직하게 울리는데 효과적이다.
그런 그의 시가 노래로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어렸을 적 집에 낡은 표지의 김소월 시집이 굴러다녔다.
어른들 책이라 처음엔 호기심으로 들춰보았다. 어려웠다.
내용에 앞서 한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 이 시, 「엄마야 누나야」는 한문이 없었던 (아마) 유일한 시였다.
단어도 쉽고 내용도 단순간단하다. 그냥 강변에 살자는 이야기 아닌가.
이 시를 읽으면 엄마하고 누나하고 나하고 강변 모래밭에 나란히 앉아서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셨나?^^)
혹은 강 언덕 미루나무에서 마른 나뭇잎이 서걱거리며 떨어지는
햇살 좋은 가을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시(노래)도 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김소월의 시,「부모」부분 -
너무도 평이한 단어들로 너무도 평범한 정경을 그리지만
읽은 사람은 마음은 포근하기 그지없다.
시인 최영미가 말했다.
“그의 시 세계는 우리가 흔히 짐작하는 것보다 풍부하다.”
김소월의 시로 만든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사월과오월이 부른 「님의 노래」이다.
(아내와 나는 70년대 가수 사월과오월의 팬이다.)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 없이 잊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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