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명절 휴가가 시작되네요.
곧 긴 귀향 행렬이 도로를 채우겠지요.
올 설은 한국에서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먼 이국에 남아 있습니다.
애초 작년 4월로 예상했던 귀국 일자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6월로 미뤄지더니 그 뒤로 한달한달 한 것이 여기까지 와서 이러다간 대보름달도 '미제(USA)'(?)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조급함에 쫓기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좀 달리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위 사진은 이름을 잊어버린 인도네시아 작가의 작품을 사진첩에서 스캔한 것입니다.
제목이 「뿔랑 깜뿡 PULANG KAMPUNG」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니어로 "뿔랑"은 '돌아간다'는 뜻이고 "깜뿡"은 '고향이나 시골'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뿔랑 깜뿡'은 귀향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한달 간의 금식기간이 끝나면 이슬람 최대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향을 찾아갑니다.
우리의 명절 때와 같은 귀향 행렬이 육해공에서 줄을 잇습니다.
허름한 입성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삼등열차.
매달아 놓은 종이상자 꾸러미와 검은 색의 낡은 가방이 결코 초라해 보이지만은 않는 것은 고향이 주는 넉넉하고 따뜻한 기운이 스며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시영의 「서시」는 윤동주가 쓴 같은 제목의 시만큼 좋아하는 시입니다.
매해 추석이나 설날이 오면 떠오르게 되는 시이기도 합니다.
고향으로 가는 분들에게, 혹은 저처럼 먼 타향에서 설을 보내는 분들에게 시와 사진을 보냅니다.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이시영, 「서시」-
*2014년 설날 무렵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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