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을 걸으면
오늘도 내 발목엔
너의 쇠사슬이 채였나보다
이 하늘을 바라보면
오늘도 내 두 눈엔
너의 화살이 날아와 박혔나보다
아들이 아버지를 묻어주지 못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묻어주는 오늘밤
눈발이 날리는
산 모퉁이 하늘가로
울며 떠나가는 네가 보인다
검은 낮 하얀 밤마다
먼 길을 와서
또 다시 먼 길을 가는 자여
바람은 왜 어둠 속에서만 불어오고
새벽이 오기 전에
낙엽은 떨어지는가
송장 냄새 그득하였던
그 해 도시에는
바람도 창을 흔들지 않았고
싸락눈 맞으며 산새가 되어
어느 하늘 산길 가는 너를 쫓으며
나는 그 누구의 눈물에도
고향 하늘에는 가 닿을 수 없었다
- 정호승의 시, 「너의 무덤 앞에서」-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 아무도 너희에게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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