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이런저런 송년회가 많았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대부분의 자리의 주제는 단연 퇴직 문제였다.
법적으로는 정년이 연장되었다 하지만
사기업에선 그것이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떠나야 할 때'에 부대끼고 있었다.
누구는 업무에서 손을 떼고 무보직의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고,
누구는 자진해서(?) 명퇴 신청을 하였으며,
누구는 끝내 자리를 털고 나오고 말았다.
앞으로 뭘 할거냐고 묻는 물음에
"몰라,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몇달은 그냥 집에서 쉴래!" 하며
손사래를 치는 친구를 위하여
그리고 그가 지나온 지난 30여 년의 시간을 위하여 박수를 쳐주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터어키의 시인 나짐 하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이다.
최고의 시간은 아니더라도 좋은 일들이 많은 새해였으면 좋겠다.
간절한 희망은 표현하면 늘 상투적이 된다.
하긴 언제 우리가 특별한 꿈을 꾸며 살았던가.
아직은 오지 않은 시간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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