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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1367

어'른'이날 손자 저하들이 다녀갔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중간 어디쯤에 있는 어'른'이날(?) 덕분이다.놀이동산을 포기하고 축구를 선택할 정도로 축구에 진심인 손자1호는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를 보며 골을 허용한 수비진의 엉성한(?) 플레이를 불만스럽게 지적했다. 나는 장차 저하가 헛발질을 해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며 그런 저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2호는 늘 그렇듯 소방차에 진심이다. 가방에 장난감을 가득 챙겨 왔다.나는 불이 났다고 전화를 하고 구하러 출동을 한 소방차 로리에게 구함을 당하는 연기에 충실하면 된다.한 달 전 함께 했던 태국여행 영상을 보는 일도 즐거웠다.음식을 나누고 틈만 나면 끌어안고 뒹굴고 달리며 놀았다.아랫층에 층간소음에 사전 양해를 구했고 너그러운 .. 2024. 5. 7.
비 오는 날 일기 봄비 치고는 비가 많이 왔다. 지금도 보슬비로 오고 있다.제주도에는 호우경보까지 내렸다고 한다.집 근처에서 찍은 영상에 나의 서툰 칼림바 연주를 붙여 보았다.보슬보슬 보슬비도라도란 우산속자박자박 발자국봉긋봉긋 새싹들아른아른 창유리토닥토닥 엄마손새근새근 아기잠꿈속같은 보슬비- 김명수, 「봄비」- 비 덕분에 아내와 둘이서 집에서 한가로이 보냈다. 커피를 마시며 차분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다가 나중에는 유튜브로 , 같은 옛 영화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다. 알랑 드롱의 앳된 모습을 보며 그 시절  아내와 나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점심으로 고구마를 쪄서 먹었다.찐고구마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고 군고구마는 연애시절 아내를.. 2024. 5. 6.
어린이 '꽃' 이른 봄에 핀한 송이 꽃은하나의 물음표다당신도 이렇게피어 있느냐고 묻는-도종환, 「한 송이 꽃」-손자 친구들은 내게 '꽃'이다.한 송이 '꽃'이고 동시에 무수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매 순간마다 물음표이자 느낌표다. 2024. 5. 5.
강원도 두릅 입맛은 오래 반복해서 먹어온 결과라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나 보다. 내게 두릅이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먹어 익숙해진 맛이 아닌데도 그 어느 음식보다도 좋아한다.두릅을 처음 먹어본 때는 아마 군대 시절인 것 같다.야외 훈련을 나가면 기가 막히게 야생의 식재료를 잘 구해오는 선임병이 있었다.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과 들은 그에게 온갖 거대한 식품 창고인 듯했다. 비록 서울이지만 변두리에서 태어나 나도 산을 쏘다니며 산딸기, 밤, 도토리, 깨금 따위를 따고 칡도 캐봤지만 그는 차원이 달랐다. 그냥 눈에 보이는 열매에 더하여 두릅이나 도라지, 더덕은 물론 심지어 뱀까지도 잘 잡았다. 특히 두릅은 냄새만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또 칡을 캐서 말려두었다가 겨울에는 건빵 속에 든 알사탕을.. 2024. 5. 3.
···살았으므로 ···없었으므로 그는 밀림의 제왕이다그러나 차지한 영역은 있으나 영토는 없고먹잇감은 있으나백성도 머리를 조아리는 신하도 없는 왕이다그는 숲의 강자이다그러나 그를 경계하는 무리는 많아도우러러보는 짐승은 없다우기가 찾아오면 사슴도 원숭이도 숲을 떠나는데그는 영역을 지키느라 서너 달씩 굶주리곤 한다굶주려도 풀을 뜯거나 나뭇잎의 초록을 씹지 않는 게 왕의 자존심그러나 제 영역을 침범한 사나운 놈과 싸워 지기라도 하면바로 꼬리를 내리고 초라한 뒷걸음으로 물러나야 한다어떤 때는 열다섯번에 한번쯤 사냥에 성공할 때도 있고먹다버린 썩은 고기를 핥아야 하는 날도 있다맹수라고 하지만코뿔소나 버펄로와 정면에서 겨루어본 적 드물고전열을 흐트러뜨린 뒤 길 잃은 어린것의 목을 물어뜯는 것이제왕의 일반적인 사냥법이다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고진.. 2024. 5. 2.
나의 영웅, 토요일 손자저하 1호는 축구를 좋아한다.테스트를 거쳐 선수반에 들었다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주중에는 밤늦게까지 훈련과 경기를 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대회에 나간다.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몸이 흠뻑 젖어도 상관하지 않는다.지치지 않고 달린다.공을 따라 송사리 떼처럼 몰려다니는 친구들의 모습도 귀엽고 싱싱하다.바라보는 나도 마음과 몸속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나의 영웅, 토요일 (글의 제목도 빌려왔다.)일요일 아침, 문자를 보냈다"어제 나도 할머니도 같이 엄청 즐거웠다.다치지 않고 열심히 뛰었으니 그것도 잘했다.근데 오늘은 푹 쉬어야지?"바로 답이 왔다."아니요. 또 축구요."나는 놀라는 척 한다."으~악! 또? 안 피곤하니?"눈이 부.. 2024. 4. 28.
칼림바 재도전 몇 해 전 도전했다가 중도 포기를 한 칼림바는 지금 책장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초보도 문제없다는 지인들의 '뽐뿌질'에 넘어가 동호회에서 야심차게 시작했건만 게으름과 무재주의 천성에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악보와 없는 집 제사처럼 자주 돌아오는 모임 날짜가 부담스러워졌다. 같이 시작한 초보 동기들은 착실하게 연습해서 이니 이니를 익숙하게 연주하여 봉사활동까지 나가는데 나만 혼자 '떴다 떴다 비행기' 수준을 맴돌았다. 슬슬 적당한 탈퇴 기회를 엿보다가 모임 일자가 변경되는 것을 핑계로 자진 퇴사(?) 하고 말았다. 한 달 전쯤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칼림바 강좌를 발견했다. 강의 장소가 집 근처에서 멀지 않은 데다가 무료였다. "칼림바, 봄을 열다"라는 강의 제목도 상큼하게 느껴졌다. '그래? 다시 한.. 2024. 4. 19.
화계백일홍 아파트 화단에 벚꽃이 흐드러져 야간 산책에도 보기가 좋더니 어디 잠깐 다녀오는 사이에 다 떨어져 버리고 어느새 푸른잎이 성기게 돋아나 있다. 진달래도 개나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쉬워하긴 아직 이르다. 철쭉, 튤립, 라일락이 뒤를 이어 화사하다. 화무십일홍이 아니라 화계백일홍(花繼百日紅)이다. 와아! 가끔은 꽃무더기 앞에 서 볼 일이다. 탄성에 실어 각진 세상에 다친 마음을 날려보내기도 할 일이다.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 함민복, 「봄꽃」- 2024. 4. 18.
노란 리본 10년 달빛 밟고 머나먼 길 오시리 두 손 합쳐 세 번 절하면 돌아오시리 어머닌 우시어 밤내 우시어 하아얀 박꽃 속에 이슬이 두어 방울 - 이용악, 「달 있는 제사」- 가족들과 태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나누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행 내내 손자들의 재롱과 귀여운 투정이 맑은 기운을 북돋우었습니다. 가족은 바로 우리가 사는 가장 크고 근원적인 이유입니다. 그들 중 누가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르는 채 눈 앞에서 사라진다면? 아 ·····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지는,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노란 리본 10년. 위로하고 기억하고 분노하고 기도할 뿐입니다. 옮겨 온 글 "이름을 불러주세요" 사랑하는 가족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물대포.. 2024.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