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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가지산 석남사

by 장돌뱅이. 2014. 10. 15.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서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직원때문에 덩달아 심난스러워진 마음으로 시집을 펼쳤는데
하필 그의 고향 울산 인근의 가지산 자락에 있는 옛절 석남사가 읽혀진다.

 빗물에 말갛게 씻긴 석남사 길이 백리 밖 나를 한 숨에 흡, 빨아들이는 날이 있다
가지산 배꼽 밑 단전까지는 깊게 깊게 들이마시는 날이 있다 서어나무 연초록이
진초록으로, 햇살에 그을린 궂은살 박이기 전으로, 살아서 죄가 많은 이 몸을, 영가
천도재 무겁기만 한 발걸음을, 싸리비 자국 선명한 절마당까지, 절마당 앞 초롱꽃
여린 뿌리 끝까지

 한숨에 빨아들였다가 후욱- 내뱉는 날이 있다 백리 밖 나를 빨아들인 힘으로 언양
지나 양산 두고 온 부산 앞바다 해안묘지 너머 수평선 카랑카랑한 섬 절벽 등대 불빛
까지는,
-손택수의 시, "심호흡" -

언제였을까.
연초록의 잎들이 살아나는 초봄,
석남사를 다녀옸던 것 같다.
생각난 김에 옛 파일을 뒤져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2009년 12월 샌디에고에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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