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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싱가포르11

싱가폴과 자카르타(끝)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의미는 각별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다. 인도네시아 그리고 자카르타가 내게 그렇다. 내가 처음으로 가본 외국이고, 처음으로 살아본 도시이기 때문이다. 월급쟁이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이라는 것이 제한되기 마련이지만, 20년 전 나는 한국 근무와 인도네시아 근무를 사이에 두고 나름 심사숙고를 거듭 하다가 가족과 이곳에서 생활해 보기로 결단을 내렸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인도네시아의 공용어가 영어일 것이라고 추측을 할 정도로 사전 지식은 무지했다. 몇 달간의 생소한 언어(라기 보다는 몇 개의 단어) 익히기를 유일한 사전 준비로 비행기에 올랐다. 자카르타 외곽의 수카르노하타 SOEKARNO -HATTA 공항에 비행기가 내릴 때 창을 통해 보이던 탁한 바다와 점점이 떠 있던 검은 배, 그리.. 2013. 10. 19.
싱가폴과 자카르타2 *위 사진 :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폴 호텔의 수영장(출처:호텔 홈페이지) 이튿날 아침에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착한목자성당 THE GOOD SHEPHERD CATHEDRAL과 포트캐닝 FORT CANNING 을 돌아왔다. 낮 동안은 수영장에서 보냈다. 점심도 수영장에서 해결했다. 수영장에서 보내는 낮 시간은 느릿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와유(臥遊)”를 말했다. 와유는 “몸은 누워있으나 정신이 노니는 것”이며, “정신은 마음의 영(靈)”이니 “영이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늘 단순한 일상만으로도 허우적거리며 사는 아내와 내가 감히 실학의 대가처럼 자유롭게 고양시킬 수 있는 어떤 정신의 고갱이가 있을 리는 없다. 우리는 그냥 몸과 함께 정신도 시간 속에 뉘여 놓았을 뿐이.. 2013. 10. 19.
싱가폴과 자카르타1 싱가폴항공을 탔다. 저녁 비행기를 탄 적은 있지만 한밤중인 00시20분에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보기는 처음이다. 아침 6시경에 싱가폴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과는 1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7시간의 비행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의자에 묶여 공중에 떠있는 처지에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거나 여행지에 대한 상상을 해보거나...... 그러다 시나브로 잠이 들었다.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에 창이공항에 안착했다. 택시를 타고 아직 본격적인 아침이 시작되지 않은 한적한 도로를 달렸다. 숙소인 맨더린 오리엔탈 싱가폴 MANDARIN ORIENTAL SINGAPORE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체크인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직원은 친절하게 두 가지 대안을 제시.. 2013. 10. 19.
2007 싱가폴 여섯째날(끝) - 보물창고 비행기가 이륙을 했다. 안녕! 아내는 소녀같은 목소리로 손을 흔들었다. 창밖으로 우리가 며칠동안 머룰렀던 싱가폴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그를 통해 이제 싱가폴은 두고 가는 땅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는 땅이 되었다. 싱가폴에서의 시간은 아내와 내가 지닌 보배로운 기억의 창고 속에 당당하게 빛나는 한 순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삶은 어차피 숨쉬기의 길이가 아닌 행복했던 시간의 크기와 강도로 평가되는 것 아니던가! 그들은 저 깊은 보물창고에 저장되어 있다가 자신의 역할이 필요할 때 적절히 튀어나와 나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며 내 등을 두드려 줄 것이다. 슬프다고 느낄 때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하라고. 지치고 힘에 겨울 때 슬쩍 내 어깨에 기대라고. 비워.. 2012. 4. 25.
2007 싱가폴 다섯째날7 - 어제와 같은 오늘 어제보다 나은 오늘! 어느 집안의 가훈 같은 글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가해지는 일상의 압박을 핵심적으로 요약했다고 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이 감미롭다면 그것은 어제보다 나아야 하는 오늘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와 내게 여행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즐기는 시간이다. 욕심을 내자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에서 그 ‘나음’의 의미나 정의를 체험해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간밤에 늦게 수영을 하고 술까지 마신 탓인지 아침에 늦잠을 잤다. 덕분에 아침 산책은 빠졌지만,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같은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게으른 시간을 보낸 것은 어제와 같았다. 어제처럼 하늘은 맑았고 더운 햇살 사이로 불어와 젖은 몸을 말리는 강바람도 여전히 싱그러웠다. 배가 고파 올 때까.. 2012. 4. 25.
2007 싱가폴 넷째날6 - 강변에서 놀기 아침. 다시 강변을 걸었다. 이번엔 플러턴 호텔에서 출발하여 보트키와 클락키를 돌아왔다. 강물은 밤 사이에 한층 맑아진 얼굴로 하늘을 보며 누워흘렀고 간밤의 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강변의 음식점과 술집에도 풋풋한 아침 햇살이 차분하게 스미고 있었다. *위 사진 : 흰 색의 스탬포드 래플즈경의 동상이 상대적으로 커보이는 것에서 그에 대한 싱가폴의 존경심이 엿보이는 것 같다. 내게 세상의 어느 곳을 가장 쉽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걷는 것이다. 겉으로는 천차만별의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세상이지만 걷다보면 그 모든 것이 바람과 하늘과 물과 나무와 흙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그 속에 사는 사람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위 사진 : 플러턴 호텔의 아침식당 호.. 2012. 4. 25.
2007 싱가폴 셋째날5 - 강변 풍경 강은 산을 에돌고 평지를 적시며 사람 사는 마을을 휘감고 흘러 곳곳에 정겹고 따뜻한 풍경을 만든다. 위압적인 원시의 자연이 아니라 도시를 가르면서 흘러 사람들과 익숙해진 싱가폴강은 더욱 그렇게 보인다. 강물 위를 미끄러지는 목선들의 움직임과 함께 훈훈한 사람들의 체취가 녹아 있는 듯하다. *위 사진 : 아침 강변 풍경 스템포드에서 에스플러네이드와 플러턴 호텔 주변을 돌아오는 아침 산책은 강물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새로움으로 반짝이는 아침 강물에는 크고 작은 강변 건물과 오고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유화처럼 담겨 흔들렸다. 호텔을 옮기는 날이다. 밤마다 볼 수 있었던 스탬포드호텔에서의 야경은 그 현란함으로 아내와 나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위 사진 : 래플즈시티내 마켓플레이스 아침 식사를.. 2012. 4. 25.
2007 싱가폴 둘째날4 - 식당 엠바와 야쿤카야토스트 *위 사진 : 엠버가 부속 식당으로 있는 차이나타운의 호텔 1929 점심은 차이나타운 1929 호텔 내에 있는 서양식당 엠버 EMBER에서 했다. 밤이 아닌 대낮에 차이나타운을 간 것은 오로지 이 식당에 들리기 위해서였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 둔 터였다. 소문대로 우리가 들어간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자리는 만석을 이루었다. 한 인터넷의 정보에 따르면 “등받이 없는 의자에 접시를 손으로 받치고 먹으라고 해도 또 가고 싶을” 정도의 맛을 지녔다는 식당다웠다. 거기에 깔끔한 분위기와 명랑하고 친절한 직원들까지 식당으로서 뭐 하나 트집 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위 사진 : 썬텍시티에서 오후에는 썬텍시티에서 (윈도우)쇼핑을 했다. 아내의 소품과 한국에 혼자 남아있는 딸아이에게 줄 선물 몇 가지. 늘 느끼.. 2012. 4. 25.
2007 싱가폴 둘째날3 - 리틀 인디아 내게 국한된 경우겠지만 회사에 나가기 전 새벽에 일어나 아침운동은 몇 번 해본 적이 있는데, 이제까지 아침 산책은 해 본적이 없다. 출근이라는 다음 일정이 주는 무게감이 가볍고 느긋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 산책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보다는 몸을 푸는 의미의 활동적인 운동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위 사진 : 앤드류성당의 외부 모습 그런데 아침 산책이 가능한 때가 있다. 휴가차 여행 중일 때다. 여행 중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반드시 해야 하는 출장의 업무와 같은 의무가 아니기에 부담 없이 아침 산책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위 사진 : 앤드류성당의 내부 모습 호텔 방에서 내려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흰색의 앤드류성당을 아침 식사 전에 천천히 돌아보았다... 2012.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