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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9

2016 말레이시아 KL과 베트남 HUE6 말레이시아에서 호치민을 거쳐 후에로 왔다. 숙소는 후에가 첫 여행지라 시설 보다는 위치를 더 고려하여 HOTEL SAIGON MORIN에 잡았다. 신시가지 쪽에 속해 있지만 사이공모린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구시가지와는 흐엉강(PERFUME RIVER)를 사이에 두고 있다. 호텔 바로 앞에 강을 가로지는 짱띠엔 다리를 통해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쉽게 건너편을 오갈 수 있다. 아침이면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강을 건너 구시가지의 시타델 입구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점차적으로 여행지에서 행동 반경이 점점 작아지고 하는 일이 단순해짐을 느낀다. 나이탓인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다니는 것보담은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 것에, 대중교통을 타는 것보.. 2016. 10. 12.
2016 말레이시아 KL과 베트남 HUE1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을 다녀왔다. 아내와 나의 여행은 매번 평균적이거나 상투적이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 누구나 그곳을 가면 묵게 되는 보통의 숙소와 누구나 보게 되는 알려진 장소와 누구나 들르게 되는 식당을 돌아온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예전 한 때 이른바 '로컬'이나 '로컬적인 것'들과의 만남을 여행의 주제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런 것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트립어드바이저에 나오지 않는 시장 한쪽 구석 식당의 가성비 높은 현지 음식이나 후미진 옛 골목길 속에 숨겨진 카페, 드러나지 않은 은밀하게 숨어있는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런 소소한 것들까지 꿰고 있는 '로컬'과 만나는 여행이 나쁠 리는 없겠지만, 그런다고 여행의 의미가 깊어지거나 여행이 더 여행'.. 2016. 9. 27.
2005하노이8 - 하롱베이를 지나서(끝)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롱’은 용이 내려왔다는 뜻의 하룡(下龍)을 의미한다. 통킹만의 푸른 바다 위에 꿈틀거리는 용의 모습처럼 수천 개의 섬들이 떠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어떤 이는 기대치보다 못함을 서운해 하지만 아내와 내게는 배에 몸을 싣고 그림처럼 떠있는 섬 사이를 지나는 유유자적함이 좋았던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세상의 어느 곳이든 가 볼만한 가치가 없는 곳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배에서 일박을 하는 투어를 선택하여 섬 사이로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었다. 운이 좋다면 깊은 밤 검은 하늘의 무수한 별들도 볼 수 있으리라. 하롱베이를 끝으로 모든 여정이 끝이 났다. 하노이로 돌아와 우리는 호텔 직원이 소개해준 차를 타고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2012. 4. 18.
2005하노이7 - 흐엉사원 *위 사진 : 흐엉사원으로 배가 출발하는 선착장의 모습. 흐엉사원(CHUA HUONG, PERFUME PAGODA)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퍼퓸파고다로 더 알려진 듯하다. 흐엉사원의 여정은 땀꼭 여행과 동일하다. 아침에 하노이에서 버스로 두 시간을 달린 후 옌강 YEN RIVER을 따라 약 한시간 정도 보트를 타고 간다. 다른 점은 보트에서 내린 후 한 시간 정도의 산행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흐엉사원은 산 정상부의 거대한 동굴 속에 있기 때문이다. 옌강은 땀꼭의 응오동강보다 폭이 넓었다. 그래서인지 배도 어제의 두 배 크기로 한 배에 사공 외에 네 명씩 탈 수 있었다. 우리는 영국에서 온 부부와 동승을 했다. 남자는 인상이 좋게 생긴 영국인이었고 부인은 태국인이었다. * 위 사진 : 사원으로 오르는 길 중.. 2012. 4. 18.
2005하노이6 - 고요한 땀꼭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하는 땀꼭 TAMCOK 은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약 90여 키로미터 떨어져 있다. 차로 두 시간정도의 거리이다. 거기서 노 젓는 작은 배로 갈아타고 들판을 흐르는 응오동 NGO DONG 강을 따라가며 주위의 겹겹이 솟아오른 산봉우리 경치를 보는 것이 땀꼭을 구경하는 방법이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아침공기는 차가웠고 강 주변의 초록색은 여름처럼 무성하지 않아 분위기는 다소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날씨 탓이겠지만 론리플래닛에서 알려준 ‘배를 타고 다니며 음료수를 파는 사람들'(BOAT VENDORS)도 없었다. 가끔씩 논일을 하는 사람과 강에서 무엇인가를 건져 올리는 사람들만 눈에 띄었다. 왕복 두 시간 정도의 배를 타는 내내 너무도 조용했다. 배의 뒷전에 앉은 여자 사공의 노.. 2012. 4. 18.
2005하노이5 - 아내와 맞지 않는 베트남음식 * 위 사진 : 아침에 먹은 베트남 쌀국수. 베트남 쌀국수와 태국 쌀국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아내는 경우는 다르다. 태국 쌀국수는 무척 좋아하는 아내가 퍼(PHO)에 대해서는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아예 싫어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이다. 아내는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가 아닌데, 유독 베트남 음식에 대해서만은 그렇다. 단 한번 베트남 음식을 맛있게 먹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우습게도 태국 방콕에 있는 베트남음식점에서였다. *위 사진 : 리틀하노이 에서. 하노이 도착 기념으로 아침에 쌀국수를 시도하여보았으나 역시나 아내는 그저그렇다는 반응이었다. 구시가지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지 못한 아내를 위해 식당 리틀하노이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먹은.. 2012. 4. 18.
2005하노이4 -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위 사진 : 작은 연못 속 한 개의 돌(콘크리트?) 기둥 위에 지어진 사원. 바다에서 피어난 연꽃을 상징한다고 하던가?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면서 추운 날씨가 점차 풀려갔다. 선선하기가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호치민묘소 옆의 일주사(一柱寺, CHUA MOT COT)를 한 바퀴 돌고 문묘로 가기 위해 도로 쪽으로 걸어 나가는 도중 택시가 다가와 선다. 깔끔한 흰 색 마티즈다. 반가운 마음이 들어 사진까지 한 장 찍었다. *위 사진 : "마티즈 청년. 장돌뱅이가 하는 말 오해하지 말구 들어 . 바가지요금 없애고 기본 요금으론 안되겠니?" 문묘를 향해 출발한 직후 미터기의 요금이 이미 한참 진행되어 있었다는 알게 되었다. 손으로 가리키며 미터기를 다시 시작하라고 했으나 모른 척 하는 것인지 못 알아듣는.. 2012. 4. 18.
2005하노이3 - “베트남의 별” 호치민(胡志明) '베트남의 별’이란 표현은 프랑스인 쟝 라꾸뛰르 JEAN LACOUTURE라는 사람이 쓴 『호치민』의 한국어 번역판 제목이다. 여행기의 제목으로 인용하고 보니 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비현실적인 거리감과 이미지의 상투성이 호치민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바꾸려다가 다시 남겨두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전설처럼 보이고 어린아이처럼 순박하여 오히려 상투적으로 보이는 호치민의 삶에 별보다 더 적절한 단어를 붙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호치민 묘소는 시원스레 트인 바딘(BA DINH) 광장과 접해 있다. 바딘광장은 1945년 9월2일 베트남 독립선언이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묘소 앞에는 흰 색의 제복을 입은 근위병이 정지된 자세로 보초를 서고 있다. 묘소로부터 일정거리에 제한선을 설치해 놓고 그 안으로.. 2012. 4. 17.
2005하노이1 - ‘묵사발’의 하노이로 가며 묵사발이란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 말은 “묵을 담는 그릇”의 의미로 쓰는 경우보다는 “심한 타격을 받고 사물이 몹시 일그러지거나 망가진 상태”를 일컫는 의미로 더 자주 쓴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그 말을 여러 번, 그것도 의도적으로 쓴 적이 있다. 월남전 관련한 글짓기나 파월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쓸 때였다. 나는 나의 편지가 국군아저씨들에게 놀라운 사기를 북돋아 줄 것이란 확고한 믿음과 사명감을 가지고 침을 발라가며 또박또박 편지를 썼다. 어린 나는 나름 ‘묵사발’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월남 장병 아저씨에게 가장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붉은 이리’와 ‘붉은 늑대’ 중 어느 표현이 더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도 해가며, 그리고 주먹으로 치면 수많은 파편으로 쉽게 부서져버릴 .. 201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