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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인도네시아83

23년7월 발리 여행(유튜브) 밀린 숙제처럼 지난 발리 여행을 영상으로 정리해 보았다. 인도네시아는 가족들과 회사일로 살았던 곳이라 그곳을 다시 찾는 일은 늘 감회가 새롭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시작했던 딸아이가 지금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두었다. 나는 멈춰서 있는데 세월만 항상 저만치 앞서가는 것 같다. 손자들이 태어나고 자란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 짠! 하고 나타난 마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23. 8. 14.
2023 발리 (끝) - 이런저런 1. 오버투어리즘 근래에 들어 발리의 교통체증에 대한 말이 많다. 특히 현지인들의 퇴근과 관광지에서 여행객들이 숙소로 돌아오는 저녁 시간대의 교통은 최악이라고 했다. 한번 정체되면 오토바이조차도 방법이 없을 정도로 도무지 움직이지 않아 평소에 30분 정도의 거리를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경험담이 '괴담'처럼 인터넷에 떠돌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발리 여행(하긴 다른 여행도 비슷하지만)에선 동선을 최대로 작게 하는 일정을 잡고 있다. 짐바란, 꾸따, 스미냑 하는 식으로 한 지점을 정하고 가급적 경계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여행지는 원래 우붓 한 곳이었으나 손자들의 옷과 바띡을 사고 싶어 하는 아내의 생각을 고려하여 불가불 2곳으로 나누어야 했다. 꾸따 지역은 물론, 우붓 중심가의 저녁 무.. 2023. 7. 28.
2023 발리 6 - 우붓 식당 몇 곳 1. Cafe Wayan 발리의 식당은 안팎의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다. 카페 와얀이 그렇다. 길에서 보는 식당 입구는 평범하지만 내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입식과 좌식 식탁이 놓인 정자와 초록의 정원이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다. 오래된 식당이라 이곳 역시 어린 딸아이와 함께 한 기억이 있다. 음식 맛도 좋은 곳이다. 낮보다 밤엔 더 낭만적으로 변한다고 하지만 이번엔 점심 식사만 했다. 식사를 하고 식당 내부를 한 바퀴 돌아서 나왔다. 식당이라는 사전 정보가 없으면 깔끔한 공원이나 사원처럼 보인다 2. 너티누리스와룽(Naughty Nuri's Warung) 네카미술관네카미술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유명 BBQ집이다. 가게 앞에서 양념에 담근 스페어립과 닭다리를 굽는 냄새가 길을 건너 온다. 사실 네카미술관.. 2023. 7. 27.
2023 발리 5 - 우붓의 미술관 2007년 워싱턴 D.C의 한 지하철 역에서 청바지와 티셔츠차림에 야구모자를 쓴 청년이 낡은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그가 연주하는 43분 동안 1,000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1분 이상 머무르며 음악을 들은 사람은 고작 7명이었다. 27명은 총 32달러 17센트를 그의 모금함에 넣고 갔다. 이 날 연주를 한 사람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죠슈아 벨이었으며, 이틀 전 보스턴에서 열린 그의 연주회는 최하 100불 이상으로 시작하는 비싼 관람료에도 전석이 매진되었다.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음색이 아름다운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당시 가격은 350만 불 (한화 약 40억 원)에 달하는 바이올린의 명품이었다. 이 실험은 신문이 주관한 것으로 시민들의 예술적 감각과 취향 측정이 목적이었다.. 2023. 7. 25.
2023 발리 4 - 우붓·초록·바람·코마네카 꾸따를 떠나 우붓으로 왔다. 지난 여행기를 뒤져보니 2004년이 마지막 우붓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우붓을 다녀간 것 같은데 훌쩍 20년이 지난 것이다. 미국 생활이란 장기간의 공백이 있었고, 은퇴를 하면서부터는 발리의 남쪽인 짐바란에서부터 시작하여 해마다 한 곳씩을 목표로 꾸따와 스미냑을 거쳐 북상을 하다가 우붓을 목전에 두고 코로나로 막힌 것도 한 이유였다. 숙소는 코마네카(Komaneka Monkey Forest). 20년이란 세월에 우붓에는 가히 상전벽해에 견줄만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만 코마네카는 우붓 하면 떠오르는 초록의 이미지를 가진 아담한 규모의 숙소였다. 코마네카에서는 늘 싱그러운 바람이 감미롭게 불어왔다. 바람 방향으로 얼굴을 향하고 눈을 감으면 바람에 실려오는 초록이 얼굴에도 묻는 .. 2023. 7. 24.
2003 발리 3 - 꾸따에서 한 일 아내와 하는 동남아여행, 특히 태국과 발리여행은 대개 세 가지 일정으로 구성된다. 수영장과 식당과 쇼핑이 그것이다. 쇼핑은 대단한 명품 구매가 아니라 손자 저하를 위한 옷가지나 지역 특산물(주로 음식 양념이나 재료)이 전부다. 한 가지 일정을 더 꼽는다면 아침 산책이 있다. 주로 나 혼자 하는 편이지만 가끔씩 아내도 동행한다. 혼자 한 산책길이 괜찮다 싶으면 아내와 함께 다시 한번 더 걷기도 한다. 숙소와 수영장 Bali Dynasty Resort는 연식이 좀 된 숙소였지만 인터넷의 평도 괜찮고 공항에서 가깝고 가격도 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선택했다. 수영장과 정원을 객실 건물이 '좌청룡 우백호'로 감싼 고전적인(?) 형태의 리조트였다. 수영장도 '올드 패션'이었다. 물론 오래되었다고 서비스가 뒤쳐졌다거나 .. 2023. 7. 23.
2023 발리 2 - '첫' 그리고 '지금' 발리 여행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평소보다 감정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무와 숲, 사람들의 표정과 언어, 바람과 햇살 같이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을 예민하게 포착하거나 더러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도 된다. 더군다나 그곳이 소중한 '첫' 경험의 장소라면 감정의 파장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모든 '첫' 경험의 기억은 종종 일생을 관통할 만큼 끈질기고 강력하지 않던가. 아내와 내게 발리가 그렇다. 발리의 모든 곳은 자주 30여 년 전 발리의 기억으로 이어지곤 한다. '첫' 해외근무의, '첫' 외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딸아이도 같이 갔던 '첫' 발리······. 요즘과 같은 인터넷이나 다양한 여행안내 서적이 없던 90년대 초 아내는 한국대사관에서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전해주는 발리 정보와 .. 2023. 7. 23.
2023 발리 1 언제부터인가 밤 비행기가 싫어졌다. 젊었을 때는 비행기에서 구겨져서 자고 나도 몸이 거뜬해서 마치 하루를 벌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아했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아침, 무슨 충성을 하겠다고 공항에서 바로 회사로 출근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몽롱한 상태에서 도착하게 된다. 귀가를 해서도 여독에 더해진 밤 비행기의 후유증은 종종 뒷날까지 이어진다. 백수가 된 뒤의 여행이란 업무의 부담이 없는 휴식임에도 그렇다. 코로나가 지난 후 세 번의 여행을 하는 동안 발리를 제쳐두고 태국으로만 갔던 데에는 여행지로서 두 곳의 선호 대비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단순히 밤 비행기를 피하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 대한항공 발리 편은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하여 현지시간 23시 45분에 .. 2023. 7. 20.
인도네시아 말랑 어떤 장소에 대한 관심은 그곳에서 보낸 물리적 시간에 비례하여 커진다. 책이나 영상으로 알게 된 곳보다는 직접 여행을 다녀온 곳이, 여행보다는 살며 생활을 한 곳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0년 대 초 회사 일로 주재를 했던 인도네시아가 우리 가족에겐 그런 곳 중의 한 곳이다. 인도네시아 뉴스가 나오면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눈과 귀를 기울이게 되고, 운동 경기라도 열리면 인도네시아 선수를 응원하게 된다. 작년 말 동남아시아 '월드컵'이라는 스즈키컵 축구 대회에서 아내와 나는 인도네시아를 열렬히 응원했다. 인도네시아에 근무할 적 공장 현지 직원들과 함께 축구팀을 만들었다. 어느 회사나 동네마다 팀이 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축구 열기는 뜨거웠다. 운동장을 빌려 그런 팀들과 주말마다 한두 게.. 2022.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