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리48

2023 발리 (끝) - 이런저런 1. 오버투어리즘 근래에 들어 발리의 교통체증에 대한 말이 많다. 특히 현지인들의 퇴근과 관광지에서 여행객들이 숙소로 돌아오는 저녁 시간대의 교통은 최악이라고 했다. 한번 정체되면 오토바이조차도 방법이 없을 정도로 도무지 움직이지 않아 평소에 30분 정도의 거리를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경험담이 '괴담'처럼 인터넷에 떠돌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발리 여행(하긴 다른 여행도 비슷하지만)에선 동선을 최대로 작게 하는 일정을 잡고 있다. 짐바란, 꾸따, 스미냑 하는 식으로 한 지점을 정하고 가급적 경계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여행지는 원래 우붓 한 곳이었으나 손자들의 옷과 바띡을 사고 싶어 하는 아내의 생각을 고려하여 불가불 2곳으로 나누어야 했다. 꾸따 지역은 물론, 우붓 중심가의 저녁 무.. 2023. 7. 28.
2003 발리 3 - 꾸따에서 한 일 아내와 하는 동남아여행, 특히 태국과 발리여행은 대개 세 가지 일정으로 구성된다. 수영장과 식당과 쇼핑이 그것이다. 쇼핑은 대단한 명품 구매가 아니라 손자 저하를 위한 옷가지나 지역 특산물(주로 음식 양념이나 재료)이 전부다. 한 가지 일정을 더 꼽는다면 아침 산책이 있다. 주로 나 혼자 하는 편이지만 가끔씩 아내도 동행한다. 혼자 한 산책길이 괜찮다 싶으면 아내와 함께 다시 한번 더 걷기도 한다. 숙소와 수영장 Bali Dynasty Resort는 연식이 좀 된 숙소였지만 인터넷의 평도 괜찮고 공항에서 가깝고 가격도 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선택했다. 수영장과 정원을 객실 건물이 '좌청룡 우백호'로 감싼 고전적인(?) 형태의 리조트였다. 수영장도 '올드 패션'이었다. 물론 오래되었다고 서비스가 뒤쳐졌다거나 .. 2023. 7. 23.
2023 발리 2 - '첫' 그리고 '지금' 발리 여행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평소보다 감정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무와 숲, 사람들의 표정과 언어, 바람과 햇살 같이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을 예민하게 포착하거나 더러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도 된다. 더군다나 그곳이 소중한 '첫' 경험의 장소라면 감정의 파장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모든 '첫' 경험의 기억은 종종 일생을 관통할 만큼 끈질기고 강력하지 않던가. 아내와 내게 발리가 그렇다. 발리의 모든 곳은 자주 30여 년 전 발리의 기억으로 이어지곤 한다. '첫' 해외근무의, '첫' 외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딸아이도 같이 갔던 '첫' 발리······. 요즘과 같은 인터넷이나 다양한 여행안내 서적이 없던 90년대 초 아내는 한국대사관에서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전해주는 발리 정보와 .. 2023. 7. 23.
2023 발리 1 언제부터인가 밤 비행기가 싫어졌다. 젊었을 때는 비행기에서 구겨져서 자고 나도 몸이 거뜬해서 마치 하루를 벌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아했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아침, 무슨 충성을 하겠다고 공항에서 바로 회사로 출근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몽롱한 상태에서 도착하게 된다. 귀가를 해서도 여독에 더해진 밤 비행기의 후유증은 종종 뒷날까지 이어진다. 백수가 된 뒤의 여행이란 업무의 부담이 없는 휴식임에도 그렇다. 코로나가 지난 후 세 번의 여행을 하는 동안 발리를 제쳐두고 태국으로만 갔던 데에는 여행지로서 두 곳의 선호 대비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단순히 밤 비행기를 피하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 대한항공 발리 편은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하여 현지시간 23시 45분에 .. 2023. 7. 20.
한 번쯤 멀리 *손자저하 1호와 2호 어제 금요일. 1호 저하 유치원에 모셔다 드리고, 1호 없는 틈에 2호 저하 분유 한번 먹이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1호 저하의 예민한 시샘 때문에 같이 있을 땐 눈길도 주지 못합니다.) 2호는 옹아리를 막 시작해서 눈을 맞추고 인생을 논할(?) 만합니다. 공중에 떠다니는 걸 좋아해서 자주 안아줘야 하고 노래도 불러줘야 합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오래 놀 거라고 의기양양하게 유치원에 들어간 1호 저하는 귀가한 후 진짜로 12시까지 놀며 불금을 즐겼습니다. 아침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오는 날이라며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잠에 취해 둔한 표정을 짓거나 느릿느릿 걷는 흐트러짐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자기는 졸려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노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겠다.. 2020. 12. 5.
2019 발리4(끝) - 이런저런 1. BLUE BIRD TAKSI 블루버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도네시아 택시다. 우버니 그랩이니 하는 앱을 사용하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는 자카르타에서건 발리에서 건 최고의 이동수단이다. 이번에 발리에서 보니 "BLUEI BIRO(블루 비로)"라는 유사한 이름을 가진 택시들이 생겨 있었다. 로고까지 비슷했다. 여행자들이 깜빡 속기 쉬울 것 같았다. 그런 택시들은 더러 바가지 요금을 받으려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예전 자카르타에 살 때 들은 불량 기사들의 수법으로는 먼길 돌아가기, 일단 태우고 엉뚱한 곳으로 가서 목적지를 모르겠다고 버티며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 거스름 돈 없다고 안 주기 등이 있다고 했다. 직접 경험한 최고 웃긴 사례로는 예어컨 사용비는 별도라고 .. 2019. 2. 3.
2004년 발리 아궁산 지난 10월의 여행 목적지는 원래 방콕이 아니라 발리였다. 방콕은 지난 일월에도 다녀왔으니 십 년여 만에 발리를 만나고 싶었다. 보름 이상의 일정을 잡고 대강의 여행 동선을 확정 지었을 때 발리 아궁산 분화의 소식을 들었다. 활화산이니 조짐이야 늘 있는 거 아니겠냐고 무시하려는데, 이번엔 사태가 좀 심각해 보였다. 결국 아내와 고민 끝에 여행지를 방콕으로 바꾸어야 했다. '구태여 불안감을 품고 여행할 필요가 있느냐?'가 이유이자 결론이었다. 방콕은 언제나 '정답'이었지만 그래도 발리에 대한 미련이 없을 수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한참이 지나도록 아궁산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에 '다녀올 걸 그랬나?' 하는 늦은 후회를 해보기도 했다. 최근 아궁산이 다시 분화의 조짐이 확실해지고 있다고 한다. 웅.. 2017. 11. 29.
지난 여행기 - 2005 발리 SANUR(완) 77. 사누르 비치 SANUR BEACH 사누르에서 택시를 탔을 때 한 운전사는 사누르의 분위기를 일컬어 “스삐!” (SEPI) 라고 했다. “SEPI”는 영어로 하자면 'QUIET', 'DESOLATE', 'LONELY'를 뜻하는 인도네시아 말이다. 서울 강남의 신흥 주택가나 유흥가처럼 새로운 형태의 빌라와 세련된 음식점들이 날마다 들어서고 있는 우붓이나 스미냑에 비한다면, 그리고 발리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꾸따 지역의 활기와 화려함에 비한다면, 여행자에게 비친 사누르의 낮과 밤, 호텔과 식당의 분위기는 확실히 “스삐”한 것이었다. 사누르는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 있고 가장 오래 전부터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가장 오래되었다는 것이 가장 낡았다는 뜻도 포함한다는 실례(實例)가 사누르의 현재의 .. 2017. 8. 19.
지난 여행기 - 2004발리6(끝) 76. 또 다른 여행을 위하여 *위 사진 : 장례식 준비가 한창인 우붓팰리스 담 아래에서 한 여인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바뚜르 산을 다녀온 것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정은 끝이 났다. 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뿌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며칠 뒤에 우붓팰리스 부근에서 대형 장례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표현하자 뿌뚜는 그 전에도 규모는 작지만 우붓 인근에서 다른 장례식이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또 다른 세계로 영혼을 떠나보낸다는 의미에서 발리의 장례식은 축제의 장이라고 하던가? 시간을 쪼개어 가볼까 잠시의 고민을 하다가 아내와 나는 우리에게 남겨진 만 하루의 시간을 한가로운 휴식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예의 그 게으르.. 2017.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