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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48

지난 여행기 - 2001발리5 35. 발리의 글래디에이터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닭싸움 이야기로 시작된다. 점순이네 큰 수탉에게 주인공의 작은 닭은 번번히 면두를 쪼이어 붉은 피를 흘린다. 화가 난 주인공은 쌈닭에 고추장을 먹이면 기운이 뻗친다는 이야기를 믿고 고추장까지 먹여보지만 결과는 참패다. 물론 동백꽃은 주인공을 좋아하는 점순이의 사랑 이야기인지라 닭싸움은 자연스런 시골 풍경 중의 하나인 소품으로 등장한다. 그 때문에 주인공의 지게막대기에 점순이네 장닭이 맞아죽어도 그 정황이 끔찍하기보단 유머러스하기조차 하다. 그러나 발리의 닭싸움은 달랐다. 그것은 발리의 한 전통이긴 하지만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것이어서 비록 가축끼리지만 피가 섬뜩했고 살기가 느껴졌다. 아메드에서 돌아와 와얀 WAYAN과 함께 동네 사원 앞에서 상시로 열린다는.. 2017. 8. 9.
지난 여행기 - 2001발리4 33. "아름다운 언덕 위의 집" - 뽄독 바뚜르 인다 PONDOK BATUR INDAH 띠르따강가는 우선 1940년대에 암라푸라의 마지막 왕에 의해 만들어진 물의 궁전 WATER PALACE으로 알려져 있다. 물의 궁전은 안에는 여러 개의 POOL이 있고 그 중 몇 개에서는 아직도 수영을 할 수 있다. 주변 산의 계곡을 흐르는 물과 샘에서 솟아나는 물이 수영장에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바닥엔 수초가 자라있는 곳도 있지만 POOL 안의 물은 깨끗해 보였다. 아이들 몇 명이 발가벗은 채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정겨운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동네 방죽에서 같은 모습으로 물놀이를 해본 기억 때문일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개구쟁이 녀석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알몸으로 포즈까지 취해 준다. 물의 궁전을 끼고 있는.. 2017. 8. 8.
지난 여행기 - 2001발리3 31. 짠디다사CANDI DASA에 해변은 없다 오래 전 그러니까 딸아이가 국민학교 다닐 적 태안반도의 해수욕장을 찾은 적이 있다. 이름도 예쁜 꽃지 해수욕장이 기억에 남는다. 그 해변에서 바라본 황홀한 일몰. 바다도 하늘도 온통 붉은 빛이었다. 아내와 나는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공경에 뭉클한 감동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TV에서 국제행사를 위해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태안반도의 모습을 보았다. 해안을 따라 도로가 뚫리고 영겁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모래언덕은 숨막히는 콘크리트 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자연이 만든 부드러운 곡선은 효율과 경제만 앞세운 논리 앞에 힘을 잃고 독불장군같은 직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TV는 신발조차 벗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바닷가 모래언덕을 보살.. 2017. 8. 8.
지난 여행기 - 2001발리2 29. 빠당바이의 밤 우리는 또삐 인 TOPI INN에서 발걸음을 돌려 PADABGBAI BEACH INN의 방갈로 하나를 십만루피아(11불)에 하룻밤 숙소로 정했다. 발리 전통 가옥 형태로 지어진 방갈로는 일층은 샤워시설과 의자가 있고 잠은 3개의 침대가 있는 이층에서 자게 되어 있었다. 외부 모습보다 내부는 다소 허술하였으나 하룻밤 자는 것인데 뭔 문제가 되랴. 비스꼬와 피터는 내 덕분에 좋은 곳에 오게되었으니 나는 3만루피아를 내라고 하고 자신들 둘이 나머지를 내었다. 우연한 만남이 잠자리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저녁은 해안도로변의 까페 꺼르띠 CAFE KERTI에서 했다. 바닷가이니 여러 가지 생선 튀김 바비큐 등을 시켰다. 나오는 음식마다 맛이 훌륭했다. 여럿이 여행을 하는 것은 적어도 식사를.. 2017. 8. 7.
지난 여행기 - 2001발리1 *여행 시기 : 2001년 9월 ================================================================== 27. 여행 그리고 월급쟁이의 수염 넥타이를 풀고 양복과 와이셔츠를 벗어 가방에 우겨 넣었다. 반바지에 소매없는 티셔츠로 갈아 입고 신발도 구두에서 운동화로 바꾸어 신으니 비로소 출장에서 여행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 업무가 예정보다 늦어져 자카르타에서 발리로 올 때 허겁지겁 비행기를 타느라 미처 정장 차림을 벗어버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불가불 발리 공항의 화장실을 탈의실로 이용해야 했다. 화장실에서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는 동안 드나드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서로 가벼운 눈인사와 웃음을 나누었다. 옷이라는 것.. 2017. 8. 7.
지난 여행기 - 2001발리(끝) 25.다시 꾸따의 밤거리에서 낮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저녁을 먹고 또 걸어 다녔다.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것이 자유롭다. 밤바디 소리를 들으려 해변에 앉아도 보고 사지도 않을 상점에 들어가 이물건 저물건을 만져 보기도 하고 끈덕지게 달라붙는 장사꾼들과 실없는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 계획 - 진척도 점검 - 마감 - 실적분석...... 월급쟁이로서 내가 한달을 사는 내용이다.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선 한번도 타임 스케쥴을 그려가며 계획을 짜 본 일도 없고 해가 바뀔 때마다 삶의 목표에 대해 진척도를 점검한 적도 없이 허위적허위적 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정말 그냥 그렇게 40대의 중반을 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고 싶지 않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아직은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긴 호흡.. 2017. 8. 6.
지난 여행기 - 2001발리3 23.최후의 날의 뿌뿌딴 박물관과 자가트나타 사원의 도로 건너편은 뿌뿌딴 PUPUTAN 광장이다. PUPUTAN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 즉 '최후의 결전'을 의미하며 이 의미에는 물리칠 수 없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자살을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1906년 이제까지 발리 북부를 장악하고 있던 네델란드 군은 남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덴파사르의 왕궁에 대한 해상 포격을 가했음에도 왕의 저항이 완강하자 네델란드 군은 상륙을 하였다. 왕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뿌뿌딴 대열에 자신과 동참할 수 있다고 선언 하였다. 대부분의 남자와 많은 여자들이 왕의 부름에 응답하였다. 사람들은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었다. 여자들은 남장을 하였다. 그리고 가장 좋은 금으.. 2017. 8. 6.
지난 여행기 - 2001발리2 21. 야-야! 바다로 가자 어제 너무 돌아다닌 탓일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눈을 뜨니 창문을 가린 커텐 주변의 틈사이로 벌써 밝은 햇살이 밀려들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침이라 더욱 싱싱해 뵈는 초록의 잔디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바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닷가에 가면 내가 빠뜨리지 않는 행사, 해변 달리기를 시작했다. 동남아에 오면 언제나 해뜨기 전에 달리기를 시작하여 돌아오는 길에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몸을 그대로 바다에 던지곤 했다. 이 날은 이미 해가 불쑥 솟아 있어 텅빈 운동장을 서둘러 가로질러야 하는 지각생처럼 다소 쑥스러운 마음으로 달려 나갔다. 일단 목표는 6KM의 길이라는 꾸따 해변의 완주를 목표로 했다. 이 세상의 가능한 많은 바닷가에서 달리기를 해보는 것.. 2017. 8. 5.
지난 여행기 - 2001발리1 여행 시기 : 2001년 05월 역시 출장 뒤의 주말을 이용한 2박3일의 짧은 여행. ==================================================================== 19. 발리, 여기서 쬐금만 더 머물다 가자 호텔로 들어가기 전 일부러 길을 에돌아 하드락 카페 앞 꾸따 해변에 차를 세웠다. 썰물때여서인지 바다는 해변에서 저 멀리 밀려난 채로 거친 파도의 흰 거품을 겹겹이 물고 있었다. 그러나 거무튀튀한 색깔의 해변은 여전했다. 눈부신 백사장, 투명한 초록의 바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꾸따에 올 것은 못된다. 꾸따 해변은 화산재의 영향때문인지 모래가 검은 빛을 띠고 있다. 바다는 높은 파도를 거느린 채 늘 멀리 밀려나 있다. 서너 차례 발리를 왔지만 꾸따의 앞바.. 2017.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