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한국463

살롱 드 아난티 아내와 둘이서 집에 있을 때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책읽기와 OTT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에 한번씩 집에서 가까운 강변이나 공원을 산책을 하는 건 물론 빼놓지 않는다.가끔씩은 특별한 약속이나 목적이 없는데도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외출을 한다. 그럴 때도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적당한 곳을 걷다가 눈에 띄는 카페에서 들러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하거나 책을 읽다가 온다.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른 동네의 도서관을 일부러 찾아갈 때도 있다.살롱 드 아난티(Salon de Ananti) 지하철 7호선 학동역 근처에 있다.회원들이나 가까이 있는 숙소 아난티에 투숙하는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카페, 라운지, 살롱의 정확한 의미와 차이점이 무엇일까?)몇 달 전 .. 2024. 12. 20.
수서역에서 친구 만나기 대학 친구 2명과 수서역 근처에서 만나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 해가 갔다는 사실이 허전할 때도 있지만 핑계 삼아 멀리서 살고 있는 친구도 만날 수 있으니 송년회가 진부하지만은 않다. 탄천을 따라 걸어서 갔다. 가을비에 씻긴 공기가 산뜻했다.궂은 날씨라 오가는 사람들도 드물어 호젓한 산책이었다.동창회니 향우회 같은 큰 모임에서 연례행사로 치르는 송년회에서는 대개 건강, 자식 결혼, 손자니 하는 세월이 주는 공통집합의 이야기만 나누다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오래 세월을 '그냥' 만나온 친구들끼리의 작은 모임에선 각자가 감당하고 있는 차집합의 일상까지 화제에 오르기 마련이다. 이럴 때 '그냥'은 편안함과 친밀함을 합친 말이다. 아무 말이나 할 수 있거나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혹은 얼마 전 만났을 때도.. 2024. 11. 27.
그냥 걸었다 야니님과는 십여 년 전쯤 여행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다. 인연이 되느라 그랬는지 미국에서 지낼 때 야니님 부부가 1년쯤 이웃 마을에서 살다 가기도 했다.둘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걷고 순댓국(돼지국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눈다. 아직 현직에 있는 그가 비싼 순댓국을 사고 상대적으로 싼 커피는 백수인 내가 내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걷기, 순댓국, 커피, 잡담 중 어느 게 중심인지 모른다. 다 중요하다.그는 유명 커피체인점보다는 동네커피숍을 좋아한다. 그는 매번 만날 때마다 주변 조사를 세밀하게 해 온다. 걷는 코스와 식당, 커피점까지.이번에는 특히 그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잠실나루역에서 만났기에 더욱 그랬다. 그가 만든 일정에 따라 잠실나루역 - 아산병원 주변 둑길 - 풍남토성 - .. 2024. 11. 25.
항동철길 주변 항동철길을 가기 위해선 지하철 7호선 온수역이나 천왕역에서 내리면 된다.아내와 나는 온수역 - 성공회대학교 - 푸른수목원 - 항동철길 - 천왕역의 순서로 걸었다.성공회대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구드윈관이 있다.신학교육을 위해 헌신한 구드윈(Charles Goodwin) 신부를 기리기 위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안내판 설명에 따르면 1936년에 건축된 구드윈관은 신학원장의 숙소였으나 1970년 이후 유신 독재 치하에서는 민주화를 위한 젊은이들의 연구집회장소로서 민주화운동의 산실이 되었다.교정을 지나 야트막한 뒷동산에 오르니 신영복추모공원이 나왔다.신영복 교수는 경제학자, 철학자이며 서예가이다.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숙명여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 1968년 통일혁명단 .. 2024. 11. 20.
관악산 코로나가 지나 간 이후 여행은 물론 산행에도 '오래간만'이라는 말을 붙이게 된다.관악산도 그렇다. 가장 최근에 언제 올랐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아내도 체력이 괜찮을 때는 함께 올랐던 적도 있었는데······.이제 아내는 높낮이의 변화가 없는 평지를 오래 걷거나 산자락에 붙은 무장애 길을 걷는다.아내가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날은 아내와 함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날이다. 등산이 그중 하나다. 북한산 숨은벽과 관악산을 두고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아내가 친구와 만나는 장소에서 가까운 관악산을 오르기로 했다. 지하철 신림선 관악산역에서 나오면 바로 관악산 들머리다. 신림선은 2022년 5월에 개통된 따끈따끈한(?) 경전철이다. 여의도 샛강역에서 관악산역까지 11개 역을 운행한다.'관악산공원'이란 현판을 단.. 2024. 11. 17.
인천에서 일 년에 두세 차례씩 모이는 부부 동반 모임을 이번에는 인천에서 했다.월미공원과 중국인 거리, 그리고 자유공원을 걸었다.인천역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월미공원으로 이동을 했다.어릴 적부터 인천에서 자랐고 지금도 송도에 사는 친구가 안내를 맡았다.단풍은 절정을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고왔다.토닥토닥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늦가을의 정취를 더했다.예전에 군부대였다는 공원길은 걷기에 편안하게 가꾸어져 있었다. 부담 없는 옛이야기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걸었다.월미도 해안을 지났다. 송도 친구 부부는 젊은 시절 이곳에 있는 한 아담한 경양식 집에서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놀랍게도 그 '성지(?)'가 옛 모습 그대로, 바로 그 자리에서 여전히 문을 열고 있었다.가슴 두근거리던 시절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자산.. 2024. 11. 15.
서울도성길 걷기 아내가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이틀 동안 아내와 함께 할 수 없는 일을 해보고 아내와 함께 먹기 힘든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바로 서울도성길을 하루 만에 주파하고, 순댓국을 먹는 것.도성길은 흥인지문에서 시작해서 성북동 - 말바위안내소 - 숙정문 - 백악 곡성- 창의문 -인왕산 - 경교장 - 덕수궁 - 남산 - 다산성곽길 - 약수동을 거치는 약 20km의 거리다.4번째 도성길 완주다. 2017년 7월 한여름에 돌고 만 7년 만이다. 그때보다 날이 시원해서 걸을만 했다.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 와룡공원을 지날 때쯤 지난여름 큰비로 성벽이 붕괴되어 백악산 정상에서 창의문까지의 구간이 폐쇄되었다며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걸 추천한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모처럼  길을 나선 게 아까워 가는 데.. 2024. 11. 6.
2022년 가을, 제주 한달살이 2년 전에 제주에서 두 번째 한달살기를 한 기록을 이제야 유튜브에 올렸다.당시에는 아내가 허리를 다쳐서 멀리 가지 못하고 보름 이상을 숙소에서 가까운 함덕 해수욕장을 왕복하며 보냈다. 제주를 갈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었고 감사할 정도였다.아침과 저녁 식사는 집에서 하고 점심은 바깥에서 했다. 그리고 '1일1카페'를 다녔다. 3년 전 처음 제주 한달살기를 할 때도 그렇게 했지만 이번에는 그때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밥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했다. 같은 시기에 제주 1년 살기를 하는 지인이 있어 가끔씩 어울리기도 했다.이름난 곳을 찾아다니지 않았지만 아내와 둘이서 소꿉장난 하듯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한가롭되 무료하지 않았다. 제주는 어디를 가도 감탄을 터트리게 하는 절경이어서 굳이 먼 길을.. 2024. 10. 21.
그냥 보내는 하루 당신과 그냥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걷고 버스를 타고 걷고 그냥 카페에 들러 산멍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책을 읽다가 그냥 휴대폰 속에 옛 사진을 보고 웃고, 그 사진을 찍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또 웃고장난기를 섞은 사진을 그냥 찍기도 하고그냥······좋아하는 식당까지 그냥 걸어가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의 담백한 맛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해가 지는 창밖의 풍경을 그냥 내다보기도 하고다시 연애 시절의 많은 '그냥'이 깃든  옛 거리를 걷다가 집으로 돌아온 하루.'그냥'은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그런 모양으로 줄곧,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라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아내를 사랑하는 일과 아내와 사는 일이'그냥'이다.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2024. 8. 11.